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과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긴급회동, 환율 방어를 위해 한은의 발권력 동원까지 검토키로 한 것은 지나치게 가파른 원ㆍ달러 환율의 하락속도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정부 의지의 표현이자 고육책이다.실제로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지난 주말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워낙 커 달러 약세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각국 통화는 큰 충격에 휩싸였고 원ㆍ달러 환율도 심리적 억제선인 1,050원선마저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따라서 비상수단을 동원하더라도 환율하락의 속도와 폭을 적절하게 조절하지 못하면 그나마 우리 경제를 떠받쳐온 수출전선마저 무너져 겉잡을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인 것 같다.
그동안 인위적인 환율개입을 경계하면서도 세계적 통화흐름에 잘 적응하고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도모하는 환율 연착륙을 강조해온 우리로서는 정부의 고민을 충분히 이해한다.
올해 외환시장 안정용 국고채 발행 한도(18조8,000억원)가 사실상 소진된만큼 정부가 다른 정책적 대안을 강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 발권력 동원이라는 표현은 거창하지만 그 내용이나 규모가 결정되지 않는 상태에서 무조건 거부감을 갖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행여라도 발권력 동원 규모가 도를 넘거나 정부의 개입이 세계적대세를 거슬러서는 안되며 그렇게 될 수도 없다. 개입은 어디까지나 시장의 혼란을 예방하면서 수출기업의 환율 내성을 키워나가는 선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타이밍도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권 국가의 움직임과때를 맞춰야 정책효과가 극대화된다.
발권력이라는 고강도 처방을 동원하면서도 시장의 동의를 얻지못하면 투기적인 달러매도의 기회만 제공하고 물가불안 등의 부작용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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