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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에세이/ 꼴찌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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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에세이/ 꼴찌의 행복

입력
2004.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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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두 30대 초반이 된 아이 셋을 두고 있다. 아이들이 학교 다닐 때 단 한번도 공부 하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 특히 둘째 딸은 고교 3년간 보충수업으로 밤 11시까지 학교에 매어 있었다.겨울이면 벌벌 떨며 밤 늦게 학교로 마중을 나가는 아내를 보며 우리의 교육현실을 탄식했다. 아침이면 애들 엄마는 도시락 두 개를 싸서 아이를 학교로 보낸다. 딸 아이는 껑충껑충 뛰면서 학교로 간다. 친구 좋아하고 밝아 학교생활이 늘 즐거워 보였다.

딸 아이가 어쩌다 시험 잘 봤다고 하는 달은 꼴찌로부터 2, 3등이었다. 나는 속으로 졸업 때는 아예 꼴찌가 되기를 바랐다. 그것도 쉽지 않은데다 어쩌면 남들을 위하는 일일지도 모르니까. 그러면서 이 세상에 자식 꼴찌를 바라는 아버지가 또 있을 하는 생각에 혼자 웃었다. 그래선지 정말로 딸의 고교 졸업성적이 250여명 중 꼴찌였다.

졸업식 날 아이는 친구와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하며 눈물까지 흘렸다. 그 모습을 보며 난 이 아이의 장래는 걱정 안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딸 아이 얼굴을 어루만지며 “네가 꼴찌를 했지만 대견하고 아름답다”고 격려해 주었다. 아내는 “당신이 그런 소리를 해온 바람에 얘가 이 모양이 되지 않았느냐”고 따지고 들었다.

딸 아이는 결국 진학을 하지 못했다. 4년 전 군인과 결혼해 현재 세 살, 한 살인 두 딸을 낳았는데 그렇게 착하고 귀여울 수가 없어 우리 부부가 맡아 키우고 있다. 이제 상사가 된 사위는 월급도 많고 안정돼 더없이 만족하고 있다.

사회에는 1등을 못한다고 다그치는 부모와 나 같은 부모가 공존한다. 나는 내가 옳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매일 살아가는 마음만큼은 내 경우가 훨씬 여유롭다고 생각한다.

살림 또한 그리 넉넉하진 않지만 멀리 보이는 아름다운 자연을 내 집 정원으로 간주하면 갑자기 마음의 부자가 된다.

우리 사회의 지도자, 특히 일등 욕심에만 사로잡혀 있는 분들에게 우리 얘기를 전하고 싶다.

jmk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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