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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급락, 불붙은 원화강세… 끌 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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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급락, 불붙은 원화강세… 끌 물이 없다

입력
2004.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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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을 모았던 베를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연석회의(19~20일)가 ‘약(弱)달러’에 관한 아무런 성과없이 폐막됨에 따라 세계적 달러약세 기조와 이에 따른 원ㆍ달러환율 하락압력은 더욱 거세지게됐다.이헌재 경제부총리가 과도한 환율변동에 대해선 개입의사를 밝혔지만 달러약세 흐름이 워낙 거센데다 ‘방어용 실탄’마저 넉넉지 않아, 주변국 공조없는 한국만의 ‘단독개입’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달러, 더 약해질 듯

국제금융계는 G-20 회의가 달러약세에 제동역할을 해줄지도 모른다는 실낱 같은 기대를 가졌지만 ‘혹시나’하는 희망은 ‘역시나’로 끝났다.

G-20은 ‘급격한 환율변동를 반대한다’ ‘미국의 재정적자 축소노력이 필요하다’는 교과서적 입장만 내놓았으며, 달러약세를 방치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거센 항의나 유럽ㆍ일본 등 주요국가의 공조개입문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G-20회의를 통해 ‘약한 달러’는 국제사회에서 묵시적 추인을 받았고, 향후 약세화는 더 힘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다.

아ㆍ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부시 미국대통령이 ‘강한 달러정책을 펴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환율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주변국 정상들에 대한 ‘외교적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시장은 부시 대통령의이 같은 정치적 발언보다는 ‘경제 대통령’ 앨런 그린스펀 미연준(FRB)의장의 ‘달러약세 불가피론’ 발언(19일)에 훨씬 큰 무게를 두고 있다.

▲ 원ㆍ달러 향방과 시장개입

G-20회의를 통해 달러약세기조가 재확인된 만큼, 일시 주춤했던 원ㆍ달러환율 하락압력도 더 강해질 것이 확실시된다. 이제 관건은 외환당국의 개입이지만 두 가지 점에서 환율방어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실탄’부족이다. 정부가 시장개입재원을 조달하는 외환시장안정용 국고채(환시채) 발행한도 18조8,000억원중 22일 1조원 발행이 끝나면 연내 추가발행할 수 있는 금액은 1조8,000억원만 남는다. 그나마 이 돈은월말 만기도래하는 외평채(1조2,000억원) 상환에 대부분 사용될 예정이어서 실제 시장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은 거의 없는 셈이다.

물론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내(발권력) 시장개입에 나설 수도 있지만 종전패턴으로 볼 때 재정(환시채) 아닌 발권력이 동원될 경우 개입강도는 훨씬약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더 큰 제약요인은 한국만의 ‘나홀로 개입’의 무용성이다. 한 외환시장관계자는 “달러약세는 세계적 현상인데 이를 막겠다고 정부가 나서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며 “어느 시점이 되면 일본도 개입에 나서게 될 것이고 국내 외환시장개입도 이 때 이뤄져야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말했다.

국제금융계에선 일본 중앙은행의 본격적인 개입시기를 ‘1달러=100엔 붕괴’ 즈음으로 보고 있어, 국내 외환당국도 그 이전까지는 공격적인 환율방어에 나서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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