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미정상회담 이후 우리 정부 안에서는 남북관계와 6자 회담의 진전을 점치는 긍정적 전망들이 넘실대고 있다. 미국이 한국의 주도적 역할에이해를 표시했다는 판단 아래 한국의 보폭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먼저 당국자들은 한국의 역할에 대한 미국측 이해가 상당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 당국자는 “한국 정부가 갖는 북핵에 대한 민감성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부시 대통령의 언급은 처음 나온 얘기”라며 “이는 한국의 특수상황을 이해한다는 것을 함축한다”고 풀이했다.
한미간에 공감대가 형성된 한국의 역할론은 후속대책으로 나타날 것이다. 정부는 남북대화 복원을 통한 대북 직접 설득, 6자 회담의 조기 개최 및북미 양측의 이견을 좁히는 타협안 마련 등을 후속조치로 상정하고 있다.
6자 회담과 관련, 정부는 올 연말까지 6자회담 실무그룹회의를 열어 북미가 첨예하게 맞서는 핵 동결 대상 및 기간, 보상방안, 검증 절차에 관한 접점을 모색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미 미국과 일본에 구체적으로 우리의 입장을 제시한 상태이며, 중국과 러시아에도 주요 골자를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관계에서는 대화의 물꼬를 트려는 우리측의 전향적인 행보가 잇따를것으로 예상된다. 장관급 회담 등 기존 채널을 복원하려는 노력 뿐만 아니라, 대북특사 파견 등 비상수단도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노력이 성과를 얻는다면 남북 2차 정상회담도 결코 먼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한국의 주도적 역할은 ‘한미 공조와 6자 회담 틀 속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점, 우리의 대북 지렛대가 확실치 않다는 점 등으로 상당히 제약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건전한 중재자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회담 직후 뉴욕타임스는 “미 당국자들이 북한 핵 동결 및 포기가 이뤄지기 전에 한국 정부가 대북 경제지원을 해줄까 우려한다”고 보도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우리 당국자들도 “우리가 남북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없고 북핵은 어디까지나 6자 회담 틀내에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남북관계 개선에 가속도가 붙고, 북한이 북핵 문제에서 융통성을 보일 경우 이런 제약은 현실적으로 매우 작아지게 된다.
그래서 관측통들은 한국의 주도적 역할로 인해 향후 한반도 정세가 진전된다면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이번 한미정상회담 ‘이전’과 ‘이후’로 나뉘어 평가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역으로 일정 시간이 지나도 주도적 역할로 인한 작품, 즉 북한의 변화가 나타나지 않으면 미국이 강한 방향으로 선회하는 등 부정적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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