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낙동강 페놀 오염사건 후 종교적 이유로 출산을 고집하다 기형아를 낳은 사람들, 가정이 풍비박산 나 사글세방에서 죽어가던 이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전 스태프가 눈물을 흘렸어요. 핵 발전소나 새만금 문제를 다룰 때는 조직적인 방해에 시달려야 했죠. 지난 14년을 돌아보면 80% 정도는 그런 안타깝고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가득합니다.”국내 최장수 환경 다큐멘터리인 EBS ‘하나뿐인 지구’(월 밤 10시10분) 김광범 PD의 말이다. 그렇게 사회적 무관심 혹은 개발지상주의와 싸우며 ‘환경파수꾼’ 노릇을 톡톡히 해 온 이 프로그램이 22일 방송 800회를 맞는다.
91년 5분짜리 환경 캠페인으로 시작해 50분 분량 주간 다큐로 성장한 ‘하나뿐인 지구’는 국내 환경운동 역사의 산 증인이라 할만하다. 시화호, 새만금 간척사업 등 굵직한 사건들을 단발 보도에 그치지 않고 끈질기게 추적해 나름의 대안을 제시했고, 순천만 갯벌과 제주 고산습지를 최초로 소개해 보전지역 지정에 기여했으며, 국내외 수많은 환경지킴이들의 활약상을 감동적으로 전하기도 했다.
그런 노력 덕에 98년 제1회 교보환경문화상, 99년 제5회 한일국제환경상 등을 받았고, 여러 학교에서 환경학습 교재로 활용되고 있다. 김 PD는 “앞으로는 문제점 지적을 넘어 대안 제시에 보다 주력하고, 중국 쓰레기의 서해 오염, 우리 바다쓰레기의 대마도 오염처럼 국제적 환경 문제를 적극 다룰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환경파괴를 부른 새만금 간척사업 현장.
22일 90분간 방송되는 800회 특집 ‘미래를 위한 공존’에서는 페놀 사건 후유증으로 장애를 안고 태어난 중학생 현진이의 사연을 통해 환경문제에 관한 사회적 인식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또 14년간 방송된 내용을 대체에너지, 먹을거리, 쓰레기, 생태 등 4개 부문으로 나눠 한국 환경문제의 변천사를 살펴보고 실천과제를 모색한다.
23일에는 연출자와 작가, 환경전문가들이 엮은 ‘하나뿐인 지구 800회의 기록-방송으로 본 환경’ 출판 기념회와 함께 ‘21세기 환경과 방송의 역할’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