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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경제정책 이대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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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경제정책 이대론 안된다

입력
2004.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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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가 침체의 깊은 늪에서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느끼는 체감경기는 지난 외환위기 보다 더 어렵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경기지표로 볼 때 외환위기 당시와 같이 급박한 상황이라고 볼 수는 없으나 이대로 간다면 일본식의 장기 침체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책 방향의 설정이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정부는 경기회복을 위해 지난 8월부터 콜금리 인하, 재정집행 확대, 소득세율 인하 등 각종 대책을 내놓았으나 재정적자의 폭만을 늘렸을 뿐 민간투자가 활성화 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건설경기 연착륙 방안, 중소기업 활성화 등 분야별 미세조정 정책을 내놓았으나 이들 정책도 역시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정부의 정책이 시장의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의 원인은 지나친 내수 부진에서 비롯된다. 가계부문의 부채액은 외환위기 이후 두 배 이상 증가하여 가구 당 3,200만원에 이르고 있으며 그에 따라 소비가 격감하고 있다.

저금리에다 수출의 호조로 경상이익이 높아졌음에도 설비투자는 늘어나지 않아 성장 잠재력을 감소시키고 있다. 높은 실업률과 가계의 채무비율 등을 감안하면 민간소비가 단기간에 진작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내수 회복을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가 회복되어 성장의 모멘텀으로 기능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재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경제 외적인 부분의 영향이 더욱 크다. 우리 사회에 팽배한 반 기업적 정서, 지나치게 평등을 강조한 결과로 시장의 자생적 원리에 반하는 정책 집행, 이에 따른 불안 요인 증대 등 사회, 정치적 요인들이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

더욱이 국내 기업들은 최근 SK와 소버린의 분쟁 등과 같은 적대적 인수・합병 (M&A)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상태이다. 지난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 투자가의 투자 비율은 급증하여 현재 상장사의 외국인 비중은 42.8%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출자총액제한제도 등과 같은 각종 규제는 국내 기업 활동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으며, 이는 국가가 나서서 기업의 한 발을 묶어놓은 채 세계 속에서 경쟁하라는 꼴이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정부,여당은 더욱 납득할 수 없는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경기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내년 하반기부터 연기금을 동원해 10조원 대로 추산되는 소위 ‘한국형 뉴딜정책’을 내놓았다. 연기금이 정부의 쌈짓돈도 아닌데 그것을 강제적으로 동원하려는 발상부터가 큰 문제이다. 이것은 안정적 운용이 핵심인 연기금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더우기 경기를 부양하려는 투자계획의 내용이 대부분 사회간접자본(SOC)이라는 점에서 기대하는 효과를 거두기는 불가능하다. 사회간접자본은 국가적인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중장기적 사업 계획으로 추진되므로 수익률이 낮기 마련이며 그것을 보전해 주려면 국민경제의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다.

소위 한국형 뉴딜정책은 경기부양책으로는 그 목적과 수단이 적절치 않으며 경기 활성화라는 미명으로 연기금의 안정적 운용을 저해하며, 결국 국민의 혈세만을 낭비할 뿐이다.

이제 현실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근원적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제의 어려움으로 서민의 민생고가 가중되고 있음에도 집권 여당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4대 입법 등 경제 외적인 문제에 치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논할 때가 아니다. 민생고에 휘어진 국민들의 허리를 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를 논의하느라 밤을 새야 할 시점이다.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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