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학회 회장을 지낸 원로 한글학자이자 한글재단 명예이사장인 눈메 한갑수 씨가 21일 오전 6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1세.고인은 한글재단 명예 이사장으로 한글학회 회장을 지냈다. 1913년 경기 가평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향 설악면을 한글로 바꾼 '눈메'를 호로 쓸 만큰 우리말 사랑이 극진했다. 일제 강점기에 메이지대 법학부와 도쿄중앙음악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 상명여고 교사로 일했다. 광복 후에는 서울대에서 국어를 가르치면서 48년 한글학회에 참여해 우리말 사전편찬을 맡았다.
그는 평소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경제적이고 우수한 글이다. 외국어의 범람으로 우리말의 순수성이 훼손됐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말을 아끼는 마음을 지닌 이가 적은 것이다"며 바르고 고운 말을 써서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게 하자는 '적극적 한글 순화운동'을 강조했다. 서울대 음대, 중앙대 교수와 대한일보 전무 등을 지냈으며 저서로는 '원본 훈민정음 풀이''바른말 고운말 사전''국어대사전' 등이 있다.
고인은 방송에 나와 바른 말 쓰기를 강조했으며 80년대에는 노령인데도 관공서, 기업체, 학교를 돌며 매년 800회이상 한글 강연을 했다. 한문, 역사, 철학, 음악, 미술 등에도 박학다식했다. 박정희 대통령시절 청와대에 걸린 한자 액자를 한글로 바꿔 쓸 만큼 서예 실력도 남달랐다.
유족으로는 상대(호주 거주) 상찬(토요신문 회장) 씨등 2남 1녀. 빈소는 서울대병원. 발인은 24일 오전 9시, 장지는 경기미금시 선영. (02)2072-2014
최지향 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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