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의 한 쪽 벽에는 석가모니 모습이 새겨진 탕카가 걸려 있고, 그 바로 앞 책상에는 성경이 놓여있다. 특정하게 믿는 종교는 없지만 석가모니의 말씀을 좋아하기 때문에 탕카를 걸어 놓았고, 세계의 역사를 배우면서 호기심을 갖게 된 예수의 삶과 명언들을 알고 싶어 성경을 놓아두었다.우리 집에 오는 한국인들은 탕카와 성경이 함께 놓여져 있는 모습을 이해하지 못한다. 어떤 사람들은 탕카를 버리라고 했고, 또 다른 이들은 성경을 버리라고 했다. 처음에는 이러한 한국인들의 반응에 당황했다.
종교를 갖고있는 많은 한국인들이 시간 날 때마다 교회나 절을 찾아 기도하거나 절하는 모습을 보면 네팔 사람들 보다 훨씬 신앙심이 깊다는 생각을 했다. 놀거나 쉬고 싶은 주말에 아침 일찍 일어나 교회나 절을 찾는 한국인들의 모습을 보고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서로의 종교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점도 있다. 친한 한국인 친구들끼리 즐겁게 서로의 말을 잘 들어주며 이야기하는 도중에 종교에 관한 이야기만 나오면 갑자기 분위기가 싸늘해지는 상황에 닥칠 때면 나는 늘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당황한다. 네팔에선 겪어보지 못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석가모니가 태어난 네팔에는 불교와 힌두교가 공존한다. 두 종교 간에 갈등은 없다. 불교 사원 옆에 나란히 힌두교 사원이 있다. 불교 신자도 힌두교사원에서 절을 하고, 힌두교 신자도 불교 사원에 가 절을 한다. 사람들은 석가모니가 힌두 신의 한 화신(아바타)이라고 생각한다. 기독교 신자는 소수지만 역시 불교, 힌두교와의 갈등은 없다.
3년 전 인도에서 대학을 다닐 때 한국 스님들과 함께 뉴델리로 달라이 라마를 만나러 간 적이 있었다. 네팔에서 온 나를 반갑게 맞아준 달라이 라마는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불교를 믿으라는 말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어떤 종교를 믿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신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상대방을 다치게 해서는 안되며, 사람들끼리 서로 싸워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어떤 종교든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진실한 충고들은 다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겐 종교가 없지만 석가모니의 말씀과 예수의 말씀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좋은 교훈이 된다. 한국인들이 깊은 신앙심을 가지고 있는 만큼 서로의 종교를 이해한다면 마음으로부터 진정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동국대 유학생 검비르만 쉬레스(네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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