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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오랜 기억속의 금단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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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오랜 기억속의 금단추

입력
2004.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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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는 온갖 잡동사니가 다 들어있는 커다란 반짇고리가 있었다. 겨울마다 우리는 어머니의 반짇고리에서 실을 훔쳐내곤 했다. 대관령 아래, 가게도 없는 마을이어서 어머니의 반짇고리에서 말고는 달리 연줄을 구할 데가 없었다.아내에게도 예쁜 소꿉놀이함 같은 반짇고리가 있다. 그 안엔 형형색색의 실이 다 들어있다. 바늘도 크고 작은 것 종류가 많지만 어머니의 반짇고리에서 보았던 것에 비해 대체적으로 작고 가늘다. 어머니가 광목 이불을 시칠 때 쓰던 대바늘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온갖 모양의 단추들이 들어 있다. 주로 양복저고리의 앞 단추와 소매, 와이셔츠 단추들이다.

지금도 나는 어머니의 반짇고리에 들어있던 커다란 금단추를 기억한다. 500원짜리 동전만한 것에서부터 10원짜리, 1원짜리 동전만한 것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정말 금단추는 아니고, 맥아더가 입었음직한 금빛 나는 미제 군복 외투의 단추였다. 담요 한 장 크기만한 그 외투를 뜯어 당숙들의 옷을 지어 입혔다고 했다.

오래 전에 입었던 양복들을 정리해 버리는 동안 갑자기 어린 시절에 보았던 그 금단추 생각이 났다. 그것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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