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뤽상부르 공원에다 거대한 우주 똥을 던져놓고 지구인들이 벌이는 헤프닝을 조롱하던(‘나무’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이번에는 아예 외계 생명체에게 남녀 한 쌍을 납치해 애완하게 한다. 그의 첫 희곡 작품 ‘인간’(열린책들 발행)이 번역 출간됐다.젊은 한 쌍의 남녀가 영문도 모른 채 유리상자에 갇혀 있다. 냉소적 과학자 라울과 지적 교양은 떨어지지만 영혼이 순수한 사만타가 그들이다. 외모를 보나 성격적으로나 서로에게 호감이 생길까 싶은 두 사람. 자신들이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극복해야 한다는 공통의 이해를 놓고 티격태격하면서도 대화하고 추리한다.
다투는 동안은 현대의 부박한 물질문명과 부도덕한 과학의 횡포에 대해 서로를 헐뜯지만, 나름의 코드로 유리상자 속을 종교적, 사회학적 공간 등으로 해석하며 차츰 적응해간다.
그들은 지구가 미치광이 정치지도자의 손에 결딴이 났고, 자신들이 생존한 유일한 인류임을 알게 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외계 생명체에 의해 사육 당하고 있었던 것도 깨닫는다.
‘인간의 생존이냐, 멸종이냐’가 그들의 결정에 달려 있다. 두 사람은 재판의 형식을 빌어 인류의 공과를 되짚어보며 그 존속가치를 저울질하고, 길고 처절한 갈등 끝에 두 사람은 사랑을 나눈다. 새로운 세대를 낳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희곡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어린 외계인 녀석들의 대화는…시쳇말로 깬다.
‘인간’은 현대문명에 대한 독설과 연민을 담은 베르베르의, 짧지만 간단하지 않은 보고서인 셈이다.
올 9월 파리에서 연극무대에 올려져 장기 흥행하고 있다는데, 국내에서도이 달 27일~12월12일 윤기훈(상명대) 교수의 연출로 서울 동숭동 상명아트홀에서 공연한단다. 출판사측은 책과 함께 저자가 각본을 쓰고 감독한 단편영화 ‘나전 여왕’과 ‘인간은 우리의 친구’를 DVD에 담아 내놨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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