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시사회를 통해 처음 공개된 KBS 수목드라마 ‘해신’(극본 정진옥, 연출 강일수)은 예상대로 이제까지 보아온 정통사극과는 달랐다.장보고(최수종)가 당나라 절도사와 수천 군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검투사와 생사가 달린 혈전 벌이는, 할리우드 영화 ‘글레디에이터’를 떠오르게 하는 장면을 비롯해 상상력이 한껏 가미된 이야기 전개, 현란한 액션 신,중국 현지에서 이뤄진 촬영 등으로 ‘새로운 사극’의 풍모를 갖췄다.
이는 제작진은 물론 드라마와 같은 동명의 정통 역사 소설 ‘해신’을 통해 ‘장보고’란 인물을 해부한 원작자 최인호(59)씨가 의도한 것이었다.
시사회를 지켜본 그는 “딸을 시집 보내는 기분이다. 이제 나하고는 관계없는 ‘해신’이다”라면서도 “올해 초 강일수 PD와 한 열번 정도 만났는데 ‘벤허’처럼 파란만장한 영웅담을 만들어보자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젊은이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봐서 신나면 좋잖아?”
‘타인의 방’ ‘별들의 고향’ 등의 작품으로 1970년대 청년문화의 대변자였던 작가는 여전히 젊었다. “21세기에 정통사극 보다는 영웅담을 그린새로운 감각의 드라마가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젊은이들을 역사적 공간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이란 점에서 ‘다모’는 의미 있는 작업이었어요.”
하지만 역사에서 실체와 사실을 발라내 가볍고 자유로워진 공간에 판타지를 채워넣은 퓨전 드라마들의 위험성과 가벼움은 어찌할 것인가? 근래, ‘잃어버린 왕국 ‘왕도의 비밀’ ‘상도’ ‘해신’ 등의 소설을 통해 자신의 눈으로 우리 역사를 재구성하고 해석하는 작업을 해온 작가의 답은 명료했다.
“정통역사는 NHK나 BBC가 그러듯 다큐멘터리에 맡기고 역사 드라마는 상상력과 픽션을 통해 새로운 시대 감각을 표현할 수 있는 쪽으로 진보되어야 해요.”
“젊은 사람들이 더 흥분할 수 있는 피가 끓는, 역사 드라마를 해보고 싶다”는 최 작가는 올 한해 지상파 3사가 앞 다퉈 선보인 영웅담이 실패로 끝난 것을 이렇게 분석했다.
“젊은 사람들이 역사를 낡은 것이라 여기고 관심이 없는데다 ‘장길산’‘불멸의 이순신’도 그렇지만 역사드라마 자체가 너무 정형화되어 있어서그런 것 같아요. 영웅담은 그 인물을 통해서 오늘을 사는 우리의 이야기를 한다는 현실인식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부족하고.”
그의 말속에는 ‘장보고야 말로 이 시대에 맞는 영웅’이라는 생각이 숨어있었다. “처음엔 장보고가 그저 권력에 관심이 많은 반역자처럼 느껴져안 쓸려고 했어요.
하지만 자료 찾아보고 일본 갖다 오고 나서 마음이 바뀌었죠. 일본에서는 아예 ‘해신’으로 추앙 받고 있고 중국에서는 큰 무공을 세워 당의 시인 두목이 극찬을 받은 인물이에요.” 그런 까닭에 장보고가 오늘을 사는 젊은이들 가슴에 하나의 심벌이 됐으면 한다는 그는 단 한마디로 ‘장보고’를 정리했다. “1,200년 전에 장보고처럼 국제인으로 살았던 사람은 우리 역사에 아무도 없어요.”
/김대성기자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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