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 시간) 칠레에서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앞서 열리는한미 정상회담에 뜨거운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그 이유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2기 정부가 출범한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 문제의 해법을 가닥잡는 첫 정상간 대좌이기 때문이다.더욱이 노무현 대통령은 12일 미국 국제문제협의회(WAC) 연설을 통해 미국의 네오콘(신보주의자) 사이에서 거론되는 무력행사, 봉쇄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던져놓았다. 역으로 부시 대통령은 재선 이후 네오콘들을 외교안보 라인에 대거 배치하고 있다. 뭔가 아귀가 맞지 않는 흐름이다.
그러나 양국 당국자들은 “이번 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입장 차가 예각적으로 드러나기보다는 총론에서 공통 분모가 마련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런 전망은 부시 대통령이 동맹국인 한국과의 균열을 드러내는것으로 집권 2기를 시작할 수 없다는 분석에 토대를 두고 있다. 또한 30여분의 회담 시간은 갈등을 드러낼 정도의 논의를 하기에는 너무 짧다.
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움직일 수 없는 원칙’으로 못박은 뒤 부시 대통령과의 대좌에서도 같은 기조의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을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2001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부시는 김정일 위원장을 ‘회의적(skepticism)’이라고 평가절하해, 당시의 화해 무드에 찬물을 끼얹은 바 있다. 지난해 10월 방콕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부시 대통령의 완강한 자세 때문에 노 대통령은 공동성명에 ‘대북 추가적 조치’라는 문구를 넣는 것을 막지 못했다.
부시 대통령의 ‘뼈’있는 언급이나 노 대통령의 거듭된 대북압박 배제론이 얽히면 회담은 썰렁해질 수 있다.
산티아고=김광덕 기자 kd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