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 사는 주부 A씨는 얼마 전 롯데백화점으로부터 우편으로 케이크와 커피 무료티켓을 받았다. 세일도, 사은행사도 없었지만 평소 번잡한것을 싫어하는 A씨는 기꺼이 백화점을 찾았다. 나올 때 손에 쇼핑가방이 들려있었음은 물론이다.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 일 뒤에는 치밀한 고객맞춤 마케팅(CRM)의 비밀이 있다. 롯데백화점은 세일기간을 선호하는 고객과 인파로 가득한 매장을 싫어하는 고객을 구분, 점별로 세일 비선호 고객 8,000명에게 이 무료티켓을 보냈다.
무료티켓을 받은 최우수고객 가운데 65%가 이 우편에 반응해 백화점을 찾았고 평균 150만원어치를 샀다. 커피 한 잔과 케이크 한 조각이 일으킨 매출로는 엄청난 적중률이다.
고객의 마음까지 읽는 신개념 맞춤마케팅 시대가 열리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올 1~10월 롯데카드 회원 700만명, 다른 신용카드 회원 400만명 등 총 1,300만명의 데이터를 분석, 구매모형을 만들어 검증까지 거친 ‘뉴 패러다임 CRM’을 개발, 이 달부터 현장에 적용했다.
서창석 CRM팀장은 “기존 CRM이 고객의 구매이력을 아는데 그쳤다면 새 시스템은 미래에 일어날 고객의 요구까지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새 CRM시스템 도입 후 롯데백화점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제주와 강원 지역의 우수고객에게 우편 발송을 시작했는데, 전과 달리 고객들의 백화점 방문 주기에 맞춰 발송했다. 그 결과 두 지역의 우수고객들은 한번 방문에각각 평균 80만원, 60만원 어치를 소비해 다른 지역 평균치(40만원)를 훨씬 웃돌았다.
롯데백화점은 고객의 쇼핑스타일을 크게 4개 유형으로 구분했다. ▦신제품은 비싸도 빨리 사는 속전속결형 ▦유명 브랜드, 광고를 많이 한 브랜드를 선호하는 브랜드 중시형 ▦값이 싼 점포를 찾아다니는 충동구매형 ▦통신판매나 세일을 애용하는 재택쇼핑형 등으로, 백화점 입장에서는 당연히속전속결형을 최우선 고객으로 친다.
구매실적이 좋은 최우수고객(상위 7%)과 우수고객(그 아래 25%까지)은 속전속결형에 가장 많이 포함돼 있다. 일단 속전속결형 구매 행태를 보인다면 백화점의 집중 프로모션 대상이 될 수 있다.
각 점포가 커버하는 상권에 대한 분석도 과학화했다. 조사결과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이 롯데백화점 잠실점의 최고 구매지역으로 나타난 것은 의외의 결과였다. 거리는 멀지만 최근 부유층이 남양주 지역에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이런 분석을 기초로 롯데백화점은 점별 상권을 통째로 바꾸었고, 효율적인 우편발송과 이벤트도 가능해졌다.
서 팀장은 “프로모션만 한다고 매출이 오르는 때는 지났다”며 “과학적인 맞춤마케팅으로 비용을 낮추고 수익을 올리는 것이 미래 백화점이 나아갈 길”이라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 고객 쇼핑스타일 4개 유형
- 신제품 구입 속전속결형
- 명품선호 브랜드 중시형
- 싼 매장찾는 충동구매형
- 통신판매등 애용 채택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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