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치러진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수험생 50여명이 휴대폰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부정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1994학년도 수능 도입 이후 수험생들의 집단부정행위가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동안 인터넷에 떠돌던 '휴대폰을 통한 조직적 커닝'이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수능 관리 미흡을 둘러싼 책임소재 논란은 물론, 수험생들 사이에 재시험 주장까지 나와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광주 동부경찰서는 19일 이번 수능에서 휴대폰을 이용해 부정행위를 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광주 S고 이모(19)군 등 고3 수험생 2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성적이 우수한 속칭 '선수'인 이군 등이 중학교 동창생 등 여러명의 수험생과 통화가 가능하도록 휴대전화를 미리 다자간 통화로 전환한 뒤 시험 중에 1번 정답이 2번일 경우 '똑똑' 두드리는 등의 모스부호 방식으로 정답을 알려준 사실을 확인했다. 이군 등은 수능 100여일 전부터 이 같은 부정행위를 모의하고 수 차례 예행연습까지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군 등의 수능일 휴대폰 발신지 추적을 통해 부정행위에 가담한 학생들이 6개 거교 4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또 광주시교육청 중등교육과장 등 수능 실무책임자 3명을 불러 반입이 금지된 휴대폰을 시험실에 갖고 들어가도록 방치한 경위 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특히 이군 등은 "친구들끼리 짜고 커닝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전문적인 '수능 커닝 브로커'가 개입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관련자들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8일 한 네티즌은 시교육청 홈페이지에 "광주지역에 과목당 30만~50만원을 받고 휴대전화 등을 이용, 문제의 정답을 알려주는 수능 브로커가 활동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교육부는 광주시교육청의 수능시험관리 부실여부에 대한 조사를 벌여 관련자를 문책하는 한편 부정행위에 관여한 수험생의 성적을 무효처리할 방침이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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