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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5%성장 누구의 환상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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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5%성장 누구의 환상이었나

입력
2004.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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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부총리는 2월 취임 이후 매주 금요일마다 정례 기자브리핑을 해왔는데, 이번(19일) 브리핑만큼 어둡고 칙칙한 적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즐겁지 않은 얘기부터 하겠다”며 입을 뗀 이 부총리는 3ㆍ4분기 성장률이 전년 동기대비 4.6%에 그친 것을 설명하면서 수출, 소비, 건설, 설비투자 등을 차례로 훑어가며 비관적 전망을 쏟아냈다.

급기야 “연간 5% 가능성이 극히 희박해지고 있다”고 얘기했을 땐 브리핑실을 가득 메운 기자들의 컴퓨터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한 옥타브 올라갔다.

남들이 위기라고 할 때마다 5%대 성장을 장담해왔고, 지난 주(12일) 브리핑에서도 “잘하면 5% 성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던 이 부총리가 1주일만에 5% 가능성을 사실상 폐기했기 때문이다.

이 부총리는 이날 “사실 3분기에 4.8%는 성장할 걸로 봤었다”고 털어 놓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일찍이 3분기 성장률이 4.5% 정도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정부에서만 잘못된 3분기 전망을 전제로 연간 5%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이 부총리가 내수 회복의 열쇠로 언급했던 신차 출시 효과도 완전히 예상을 빗나가 자동차 판매 감소폭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부총리는 “소비가 2분기 말부터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3분기 들어 감소세가 확대됐다”고 인정했다.

브리핑이 끝난 후 관료들은 “4.8%든 5.0%든 뭐가 중요하냐”고 했지만,그냥 덮을 일이 아니다. 잘못된 전망에서 엉터리 처방이 나오기 때문이다. 국민에게 5% 환상을 불어넣은 건 정부 자신이다. 이제 와서 숫자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반문하기 전에 수준 이하의 예측력부터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남대희 경제과학부 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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