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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메이커/ 라고스 칠레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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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메이커/ 라고스 칠레 대통령

입력
2004.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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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개막한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주최국 칠레의 리카르도 라고스(66ㆍ사진) 대통령이 모처럼 국제적 관심을 끌고 있다.그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과 함께 남미 좌파의 대표주자다. 룰라의 그늘에 가려 주목을 덜 받았지만 2000년 좌파연합의 후보로 출마해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서방에선 “아옌데 이래의 사회주의자가 집권했다”고 우려의 눈길을 보냈다.

그러나 그는 집권후 시장개방 등 뚜렷한 우파정책으로 ‘좌파 실용주의’의 전형을 만들어내고 있다. 사실 그는 미국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 미국 듀크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 출신인 라고스는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군부독재체제의 전성기인 1980년대초 칠레 민주화운동을 선도한 반체제 투사로 돌변했다.

특히 그가 88년 피노체트가 종신 상원의원에 오른 데 대한 항의로 TV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을 들이대며 전면부인을 선언한 장면은 칠레 민주주의의상징으로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 라고스는 실제로는 좌파가 아니었다. 그는 분배 보다는 성장을 중시하는 등 피노체트 정권 이래 유지돼온 우파 정책을 더 강하게 밀고 나갔다. 누구 보다 피노체트 정권을 증오했던 그였지만, 과거사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처분과 상처 치유에 치중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지난 3월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해 “지지할 수 없다”고 반기를 들면서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실리를 택하는 것이 라고스의 실용주의 노선이다.

라고스 집권 이후 칠레는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 34개국, 국내총생산(GDP)기준으로 세계경제의 약 70% 지역과 FTA를 맺었다. 라고스는 이번 APEC 정상회의도 칠레를 ‘태평양 국가’로, ‘투자하기 좋은 나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이동준기자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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