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충남 공주의 폐교 위기 3개 미니 초등학교/ 더불어 공부 학교 살렸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충남 공주의 폐교 위기 3개 미니 초등학교/ 더불어 공부 학교 살렸다

입력
2004.11.20 00:00
0 0

“우리 반에 여학생은 저 밖에 없었는데 다른 학교 여자친구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어 너무 좋았어요. 새 친구도 사귀고, 전혀 몰랐던 색다른 경험도 많이 했고요.”지난 11일 충남 공주 효포초등학교에서 열린 ‘소규모학교 공동교육과정’ 시범운영 발표회장. 참석한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왕흥초등학교 6학년 정미희양의 소감을 들으며 가슴이 뭉클해졌다.

공주의 효포, 복룡, 왕흥 초등학교는 전교생이 각각 57명, 36명, 23명에 불과한 전형적인 농촌지역 미니 학교. 더욱이 복룡, 왕흥초등학교는 학생 수 감소로 2개 학년이 한 교실에서 복식수업을 하고 있다. 복식수업 학교는 통폐합의 우선 고려대상이 된다.

그러나 이 세 학교는 올해 3월부터 똘똘 뭉쳐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함으로써 소규모 학교의 단점을 극복했다.

세 학교 선생님들이 함께 준비해 운영하는 3개교 교과협력학습의 날. 이날엔 복룡, 왕흥 초등학교 학생들이 관광버스를 전세 내 타고 각각 16~18㎞ 떨어진 효포초등학교로 온다.

각 학교 모두 학년당 한 학급 뿐이고 학급당 인원도 1명에서부터 10명 안팎에 그쳐 세 학교의 학생이 다 모여도 학급당 15~26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학생들은 모처럼 풍성해진 교실 분위기에 신이 나서 어쩔 줄 모른다. 덩달아 학습의욕도 높아져 수업분위기는 진지하기 그지없다.

또 효포_음악, 복룡_미술, 왕흥_체육 등 세 학교에 각각 배치된 교과전담 교사가 일주일에 하루는 해당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이틀은 다른 두 학교에 가서 수업, 예체능학습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공동체험학습과 특별활동. 그동안 학급당 인원이 적어 학교 단위로 이뤄질 수 밖에 없었지만 이제 세 학교가 합치자 같은 학년 학생들끼리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세 학교의 6학년생들은 지난달 서울에 가서 국회의사당과 전쟁기념관 등을 둘러보고 국회의원을 만나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경주로 문화유적 답사를 떠나고, 도예촌에서 직접 도자기를 만들어본 것도 세 학교가 힘을 합쳤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 9월에는 대천 바닷가에서 공동운동회를 열었고, 지난달에는 가을축제와 공동학예회를 열어 즐거운 추억을 한아름 만들기도 했다. 함께 야영도 하고, 대전국립묘지에서 청소봉사활동을 한 것도 이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다.

세 학교는 이 같은 교과협력학습과 공동체험학습 등을 학기별로 10차례 정도 운영하고 있다. 효포초등학교 김종신(39) 교사는 “우리 세 학교의 공동교육과정은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한 훌륭한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공동교육과정이 확대돼 농촌지역 학생들에게 힘과 꿈을 줄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충남도교육청 관계자는 “농촌지역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은 지역 여건을 살펴 신중히 추진해 나가야겠지만 그 대안이 될 수 있는 소규모 학교들의 공동교육과정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주=전성우기자 swch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