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인사위원회가 그제 발표한 고위공무원단제도 도입방안은 현실에 안주해온 고위공직 사회에 일대 변혁을 가져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전문성 훼손 우려 등 예상되는 문제점도 한둘이 아니다. 따라서 내년 입법화까지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보완책을 마련한 뒤에나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새 제도의 핵심은 1~3급 공무원의 계급을 폐지하고 전 부처 인력을 통합하는 인재 풀(pool)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소속 부처에 관계없이 자질과 능력에 따른 보직을 부여하고 고위공무원단에 들어간 뒤 3차례에 걸친 인사에서 보직을 받지 못할 경우 퇴출한다는 구상이다.
외형적으로 보면 나태한 공직사회에 경쟁력을 불어넣고 부처간의 장벽을허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능력과 관계없이 연공서열에 따라 보직과 보수를 받던 관행이 사라지고 무기력한 관료집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도 갖게 한다.
그러나 몇 가지 보완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득보다 실이 클 수도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평가시스템이 공정하게 운영돼야 한다. 능력과 성과를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평가하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인사권자에 대한 충성경쟁과 정치권 줄대기가 극심해질 가능성이 많다.
고질적인 병폐인 학연과 지연이 활개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 시스템이 정치권 등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것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인력 풀제가 경직되게 운영되면 당초 기대와 달리 전문가가 아닌 일반 행정가가 우대 받는 현상이 나타날 지 모른다는 지적도 염두에 둬야 한다.
무엇보다 고위공무원단제가 집권 여당이나 정부의 입맛에 맞게 공무원을길들이는데 악용되지 않도록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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