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에서는 내용과 포장이 다 중요하다. 내용물은 부실한데 포장만 그럴 듯 해서는 오래 못 가고, 내용물이 좋으니까 알아주겠거니 하며 포장을 부실하게 하는 것은 오만한 자세다. 내용이 좋은 만큼 포장도 매력적으로 해야 한다.정책홍보도 마찬가지다. 미국 행정부는 국민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정책을 제대로 알리고 호의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전략을 마련한다. ‘커뮤니케이션의 달인’별명을 얻었던 레이건대통령 시절에는 커뮤니케이션 오피스가 전략을 진두 지휘했다. 행정부가하나의 목소리로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정보 흐름을 컨트롤하기 위해 기자가 대통령에게 직접 접근하는 것은 제한하되, 커뮤니케이션 스탭들과는 자주 만나도록 했다. 모든 대국민 메시지는 사전에 철저하게 계획됐다. 매일 아침 신문 방송에 매력적으로 어필할수 있는 뉴스와 제목을 만들어내기 위해 회의를 했다. 언론 통제가 아니라, 언론이 자발적으로 실을 만한 내용을 발굴하고 만들어낸 것이다.
현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가 재임하던 시절에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집권 초기 국내정책에 관해 의제를 설정하지 못 했다. 신문 방송을 도배할 만한 큰 뉴스 스토리를 만들어내지 못해 늘 작은 이슈에 휘둘리는 편이었다. 그러다 1991년 걸프전을 계기로 지지도가 급상승했다. 바깥에 적이 있을 때는 집안 식구들의 단결이 잘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한 셈이었다.
걸프전 동안 부시 대통령의 커뮤니케이션 스탭들은 일관된 목소리로 같은메시지를 반복하는 전략에 충실했다. 이후 전쟁의 기억이 서서히 잊혀지면서 경제문제로 인해 지지율이 하락세를 탔다. 심각한 문제를 풀만한 경제패키지를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달할 메시지도 없었다.
부시 대통령은 기자들과 공적인 자리보다는, 사적인 자리에서 만나는 것을선호했다. 무대 뒤에서 기자들을 만나다 보니 취임 100일 간 TV 뉴스에 나온 것이 336번 밖에 되지 않았다. 레이건 대통령은 같은 기간 TV 뉴스에 790번이나 등장했다.
클린턴 행정부는 집권초기 낙태 문제나 동성애자의 권리, 정부 축소, 사회 복지 개혁 등에 대해 진보적인 정책을 폈다. 하지만 정치적인 신념이 다소 애매모호했기 때문에 수사학적인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일관된 주제에 대해 일관성있는 메시지를 만들어내지 못했고, 커뮤니케이션 오피스도 조직적으로 운영되지 않았다.
대통령 혼자 알아서 해나가는 방식이 주를 이루다 보니, 행정부 전체에서조직적이고 일관성 있는 메시지가 나오지 못한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초기 4개월 동안 딱 두 번 기자 회견을 했다. 게다가 백악관의 웨스트윙에기자 접근을 막았고, 기자들은 작은 이슈로 이에 보복했다. ‘대통령이 200달러짜리 이발을 했다’는 등의 부정적인 기사를 집중적으로 실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반면 라디오 토크쇼에 출연하기를 즐겼다. 재임 기간 라디오 인터뷰를 82번이나 했는데, 같은 기간 힐러리 여사도 80번이나 라디오 인터뷰를 했다.
93년에는 전국의 라디오 토크쇼 호스트 200여명을 백악관으로 초청, 의료개혁을 직접 홍보하기도 했다. 지방 기자들과의 위성 비디오 컨퍼런스를 통한 기자 회견 등, 새로운 테크놀러지를 이용하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선거 때는 홍보를 당연시한다. 그러나 사실은 정책 입안과 실행 과정에서국민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더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일관성 있는 메시지가기본이다. 그리고 여론과 유리된 일방적인 홍보 메시지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민의 마음에 와 닿는 메시지가 아니라면 호소력이 약하다. 국민과의커뮤니케이션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강미은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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