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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급락에 車·조선 울고… 정유·철강 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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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급락에 車·조선 울고… 정유·철강 웃고

입력
2004.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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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ㆍ달러 환율이 브레이크 없이 곤두박질치며 업종별 희비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특히 대기업이 수출 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외환시장에 앞다퉈 내 놓으며 중소 수출기업들의 피해가 더 커지고 있다.현대ㆍ기아차그룹(회장 정몽구)은 최근 환율급락과 고유가 추세에 따라 각 계열사별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최근 원ㆍ달러 환율이 내년 사업계획의 기준 환율로 잡은 1,050원 선을 위협하고있어 계열사별로 환율 단계별 시나리오를 마련, 본격적인 비상체제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대ㆍ기아차의 연간 수출액을 30조원 규모로 볼 때 60% 가량이 달러 베이스 결제”라며 “환율하락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에 고유가와 주요 자동차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상당한 경영 부진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자동차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12%를 차지하는 제1위 수출 품목이라는 점에서 자동차 업종의 환율 피해는 수출 전선에도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섬유업종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및 동남아 제품과치열한 가격 경쟁을 하고 있는 섬유업종의 경우 가격을 올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며 “결국 수출채산성이 악화, 수출을 할수록 손해만나는 사태가 가시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ㆍ조선ㆍ 건설 업종도 타격을 받고 있다. 반도체ㆍ전자 업종의 경우달러표시 수출 비중이 크고 부품 국산화율이 높아 채산성 악화가 불가피한실정이다.

조선도 선가 상승으로 인한 수주물량 감소 가능성과 함께 환차손이 우려되고 있고 중동에서 플랜트용 기자재 수출대금을 달러로 지급하는 건설과 달러화 수출비중이 큰 타이어도 채산성 악화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

반면 수입원자재 가격하락과 달러부채 부담완화 효과가 예상되는 정유, 철강, 항공ㆍ해운 등의 업종은 오히려 수익성이 강화, 환율하락으로 인한수혜 업종이다. 정유업종의 경우 원유도입 단가하락으로 인한 원가절감 효과를, 철강업종도 철강 원자재 단가 하락으로 같은 효과를 보고 있다. 항공ㆍ해운업은 달러 부채 하락으로 환차익이 발생하고 있다.

대기업보다는 환율 리스크에 취약한 중소기업의 피해가 커지고 있어 대책마련 등이 시급하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달러화 수출 대금을 받자 마자 외환시장에 내다 팔고 있는데다 일부에선 수출 대금을 받기 전에 이미 달러 선물을 내 놓고 있다”며 “이로 인해 환율 하락세가 더욱 가파르게 진행되고 그 피해는 중소기업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수출기업 321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중소기업들은 현재의 환율 하락세에 대해 59.5%가 감내하기 힘들다고 답했다. 이는 대기업(29.2%)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상의 관계자는 “환율 급락세가 지속될 경우 유가상승, 중국 금리인상 등과 맞물려 수출업체들의 어려움이 증폭될 수 있다”며 “정부는 환율하락의 폭과 속도를 적절히 조절해가면서 중소 수출업체들에 대한 세제ㆍ금융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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