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부터 개도국까지 세계 외환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약(弱) 달러’쇼크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 경상수지적자를 줄이려는 미국 정부의 전략적 의도가 농축된 측면도 있지만, 달러는 미국경제의 구조적 결함(쌍둥이적자) 때문에 약해질 수 밖에 없다는 평가다.단기적 등락가능성에도 불구, 전망기관들은 ‘1달러=100엔’의 붕괴를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일부학자들은 ‘이론상’ 달러화는 20~40% 가량 추가폭락할 수 있으며 미국발 통화위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끔찍한 시나리오까지 내놓고 있다.
■ 미 정부 속과 겉 달라
미국이 겉으로는 ‘강한 달러’를 외치지만 내심 ‘약한 달러’를 선호한다는 것은 이미 확인된 사실. 유럽측 반발강도가 강해 단기폭락 확률은 낮지만, 달러가치가 더 떨어질 것이란 사실엔 별로 이견이 없다.
관심은 ‘1달러=100엔’이 깨질 것인가 여부다. 이와 관련, 씨티그룹은 “103엔대 초반(3월말 저점)과 101엔대 초반(99년11월 저점)에서 지지선이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고, 모건스탠리는 “100엔까지는 일본은행이 강력한 개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상당수 전망기관들은 심리적 상징선인 100엔을 지키려는 저항에도불구, 미국의 약세정책은 계속될 것이고 결국은 100엔이 무너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은 “차트상 95엔까지는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 위안화 절상될까
미국의 달러약세정책 목표에는 중국의 위안화 절상유도가 상당한 비중을점하고 있다. 스노 미국재무장관이 촉구한 ‘유연한 환율제도’도 결국은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비록 유럽과 일본이 최근의 달러약세에 비명을 지르고는 있지만, 위안화절상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 이는 19~20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연석회의에서 달러약세 아닌 위안화 절상문제가 주로 다뤄진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때문에 위안화 절상이 현실화할 때까지 ‘약한 달러’의 공격은 계속될 전망이며, 이 같은 절상기대심리를 반영하듯 위안화 선물환율은 달러당 7.8위안(현물환율 8.27위안)까지 떨어지고 있다.
■ 달러발 위기 가능성
일부에선 과정이 어떻든 달러화는 폭락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스미스 최근호에 따르면 미국의 옵스트펠트 교수(버클리대)와 로고프 교수(하버드대)는 달러가치가 20%, 최대 40%까지 폭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쌍둥이적자, 특히 경상수지적자 축소를 위해 달러약세 정책을 펴고있지만 천문학적 경상적자는 근본적으로 국내저축 부족에서 비롯된 만큼 환율조정 정도로는 메워질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상수지적자는 계속될 것이고, 달러약세가 인플레압력증대와 금리상승, 고유가, 재정악화와 맞물린다면 1970년대와 같은 달러화 폭락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폴 볼커 전 FRB의장도 “향후 5년내 달러화의 위기가 도래할 가능성이 75%쯤 된다”고 전망했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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