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개헌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정당, 신문사, 학계 등이 새 헌법의골자나 논점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일본의 개헌이라고 하면 한국에서는 자위대의 지위와 기능 변화 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그 외에도 굵직한 쟁점들이 많다. 양원제냐 단원제냐, 총리 간선제냐 직선제냐, 환경권ㆍ프라이버시권ㆍ알 권리 등 새로운권리의 명시 범위를 놓고 백가쟁명을 벌이고 있다. 현행 헌법은 미 점령군이 만들어 공포한 지 반세기가 지나도록 한번도 손을 대지 않았기 때문에고쳐야할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들의 논의에서 공통적으로 제시되는 것이 있다. 헌법재판소의 설치 부분이다. 사회의 격변으로 복잡해지는 법률 조례 명령 규칙 처분이헌법에 적합한지를 결정해 혼란을 막아주는 헌법재판 제도가 필요하다는데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지난 4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위헌이라는 헌법해석을 밝히면서도 구속력은 없는 판결을 했던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현형법에서 위헌성 자체를 확인하거나 시정하는 방법이 없다”고 헌재의 필요성을 지적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지금 한국서 논의되는 수도이전, 경제특구, 사법개혁은 다 일본 것을 답습한 것이지만 헌재만은 일본이 한국의 제도를 연구하고 있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헌재 홈페이지가 적고 있듯이 “6ㆍ10민주화운동으로 현행 헌법이 만들어지면서 도입”된 것이다.
공권력 행사 또는 기본권 침해에 대한 구제청구까지 허용하는 헌재 설립에 그토록 반대하던 사람들이 이제 헌재 예찬론을 펴는 것이나, 민주화운동의 주역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지금 헌재를 헐뜯는 것이나, 모두 듣기 역겹다.
신윤석 도쿄 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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