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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핵 억지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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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핵 억지력

입력
2004.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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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억지력(Nuclear Deterrence)은 냉전 시대 인류에게 익숙한 용어다. 적이 가공할 핵무기를 가졌기에 그에 맞설 핵무기를 몇 개라도 가져야겠다는논리다. 인류 사상 처음으로 핵무기를 사용한 것은 미국이니 소련이 만든명분 같지만, 실제는 미국이 만들고 발전시켰다.여기에 핵 억지 논리의 원초적 아이러니가 있다. 미국은 늘 소련의 핵 위협을 감당하기에 부족하다고 주장하며 인류를 몇 십번 반복해서 절멸하고도 남을 핵전력을 가졌지만, 그게 냉전을 지속시키고 인류를 얽어 맨 사실을 인류는 뒤늦게 깨달았다.

■핵 억지 개념이 쓸모없는 것이 될 즈음 등장한 것이 북한을 비沌?이른바 사악한 약소국들의 핵개발 위협이다. 냉전 시대 미소 강대국의 틈새에서 핵무기를 보유한 것은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남아공 등 그런대로 힘을 쓸만한 나라다.

그런데 소련이 퇴장한 국제 핵 무대에 올려진 것은 엉뚱하게도 리비아 이라크 북한 등의 왜소한 나라들이다. 이들은 애초 근본이 나쁜 나라이니 핵개발 의도도 악질적이라는 논리지만, 이들의 핵 개발 의혹에 진정으로 위협을 느끼는 나라는 별로 없을 것이다.

■핵 무기가 위협적인 것은 핵 보복을 무릅쓰고 선제 핵 공격을 감행할 능력을 가질 때다. 실제 이를 무릅쓸 나라는 없다는 것이 상식이다. 따라서북한 같은 나라의 핵 개발을 선제 공격용이라고 보는 것은 몰상식하다. 그런 견해를 입 밖에 내는 이는 스스로 익힌 지식은 제쳐 둔 채 힘 센 나라의 논리를 추종하는 것에 불과하다.

북한의 핵 개발은 나름대로 외부 위협에 맞서 생존을 도모하는 것이지만,핵 억지력에 이를 수준에는 영원히 미치지 못한다. 그저 그렇게 몸부림치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북한의 처지를 이해하고 생존 불안을 덜어주는 데서 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은 미국 클린턴 행정부도 수용했다. 우리 사회는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10년 가까이 엉뚱한 강경론을 떠들다가 뒤늦게 이런 해법을 수긍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방향을 반대로 틀자 순식간에 되돌아섰다.

그리고 불안한 세월을 지나 한층 심한 격동을 우려해야 할 즈음, 대통령이북한 핵 개발은 생존 불안에서 비롯된 면이 있다고 뒤늦게 한마디 하자 무슨 망발이냐고 난리다. 그런 반응에 미국이 흐뭇해 할 지 모르나, 북핵 문제의 본질이나 해법과는 거리 멀다는 것은 미국이 더 잘 알고 있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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