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에 공휴일이 없는 두 달이 있다. 2월과 11월이다. 그러나 2월은 때때로 설날이 들어오기도 한다. 평년이어서 28일이든, 아니면 윤년이 들어 29일이든, 다른 달보다 날 수도 적다. 거기에 설 연휴 3일이 끼면 그야말로 만만해 보인다. 그런 연휴가 없다 하더라도 새해가 막 시작된 때라 저마다가지고 있는 희망이 가슴 속을 채우고 있다.그러나 11월은 공휴일 하나 없이 왠지 우중충한 느낌이 든다. 11월의 하늘역시 맑은 날도 그렇게 빛나 보이지 않는다. 소설의 한 문장으로도 ‘11월의 맑은 어느날’이라고 쓰면 낯설다.
11월은 왠지 우중충하다고 써야 할 것 같고, ‘잿빛 하늘’이라고 써야지 그것을 바로 표현한 듯한 느낌이 든다. 며칠 전 아이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아이가 이렇게 말한다. “아니예요, 아빠. 공휴일은 아니지만 빼빼로 데이가 있잖아요. 과자 나누어 먹는 날.”
그리고 하나 더 있단다. 고등학교 형아들의 수능시험이 있어 힘들기도 하지만, 그 시험으로부터 해방되는 날도 11월이라고 했다. 그래, 책 같은 것 잊고 좀 놀아라, 신나게. 크느라고 애쓰는 내 자식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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