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를 착각한 꽃들이 만개했다. 낙엽도 거의 지고 겨울 추위가 막 들이닥칠참에 말이다.서울 관훈동 가람화랑은 설악산 화가 김종학(70)씨와 설치작가 최정화(43)씨가 피운 꽃으로 가득하다. 11일부터 12월 12일까지 열리고 있는 ‘화가의 꽃, 김종학ㆍ최정화 어!’전에서다. 두 작가는 세대 차이도 있고 활동하는 장르도 다르지만 ‘꽃’을 매개로 통했다.
김종학씨는 설악산에 살면서 설악산의 사계를 화폭에 담고 있다.
설악산 자락에 피어있는 수백 종 야생화들도 당연히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한다. 김씨의 꽃 그림은 원색 물감을 섞지 않고 그대로 캔버스에 칠하고비벼 발라 알록달록 화려한데, 전통민예품 수집광으로 알려진 작가답게 민화나 수예 공므걋?조형미가 더해져 눈길을 끈다.
최정화씨는 일본 도쿄 모리미술관 출입구에 설치한 작품 ‘플라워’등으로 각광을 받은 작가다. 도시 환경 속에 설치하는 화려한 플라스틱 꽃에는도시를 치유하고 싶다는 열망을 담고 있다.
김씨가 꽃을 통해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한다면 최정화씨는 인공적 환경 속에서 삶의 여유를 역설적으로 강조한다. 이번 전시에 내놓은 연꽃, 다알리아를 형상화한 작품들의 제목도 ‘해피 투게더’다.
꽃을 다루는 작가가 이들뿐이랴. 하지만 김종학, 최정화씨의 꽃은 남다르다. 알록달록 화려한 원색으로 피어난 두 작가의 꽃 작품을 두고 “제대로촌스러워서 세련된 것보다 낫다”고 최정화씨는 말한다.
이번 2인전을 먼저 제안한 이도 최씨다. 이번 전시에서 기존의 화려한 원색 대신에 흰색의 연꽃 등을 내놓은 이유도 김종학의 그림과 조화를 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전시장에는 끊임없이 꽃이 피고 진다. 최정화씨의 플라스틱 꽃은 부풀었다 찌그러들었다를 반복하고 있다.
/문향란기자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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