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인권법 후속조치로 탈북자 집단망명 허용 방침을 밝힌 것은 한국 정부와 북한에 대한 압박책으로 보인다. 특히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집권 이후 대북공세정책 강화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나온 방침이어서 북핵 관련 4차 6자회담 개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아서 듀이 미 국무부 이주ㆍ난민 담당 차관보가 17일 워싱턴 외신기자센터에서 밝힌 탈북자 정책의 핵심은 “미국 망명을 희망하는 탈북자에게 집단 이주의 길을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10월 북한인권법이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뒤 탈북자의 개별적미국 망명이 허용됐던 상황에서 한 발 더 나간 것. 특히 이번 듀이 차관보의 발언은 내년 2월까지 미 국무부가 마련키로 한 인권법안의 세부 운용방안에 대한 시금석으로 해석된다. 강경파의 미국 외교라인 장악과 함께 북한 체제 붕괴를 노린 공세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물론 현재 미국 정부가 탈북자의 미국 망명을 선별적으로 수용하며 까다로운 전제조건을 내걸고 있기 때문에 탈북자 대량 망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탈북자 집단망명 허용 방침과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북한의 반발. 북한은 이미 지난 7월 이후 북한인권법이 자신들의 체제를 붕괴시키기 위한 시도라며 미국을 강하게 비난해왔다. 특히 북핵 6자회담 재개를 놓고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유심히 지켜보는 북한 입장에서는 이번방침에 예민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이 방침을 미국 내 강경파의 압박으로 받아들이고 체제 수호를 내세우며 6자회담 참여 대신 벼랑 끝 전술로 버틸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미 “북한 인권 개선문제는 중요하지만 남북관계를 고려하는 속에서 점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그러나 듀이 차관보가 “가장 적절한 탈북자 해결책은 한국으로 가는 것”이라면서 정부에 압박을 가하면서도 탈북자의 미국행을 유도한 셈이어서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운 입장이 됐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인권법안 후속조치가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켜봐야 하지만 미국의 탈북자 관련 정책 강경화는 우리에게 부담이 된다”고 밝혔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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