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학년도 대학입시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표기가 ‘표준점수’로 바뀌면서 일선 학교 진학지도에 비상이 걸렸다.정답을 맞힌 문항의 배점을 단순 합산한 ‘원점수’ 와 400점 만점 환산 변환표준점수 등 예년 방식이 폐지되는 대신 영역별로 수험생의 상대적인 위치나 성취 수준을 나타내는 상대평가식의 ‘표준점수’로 바뀌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점수가 같더라도 영역별 평균과 표준편차에 따라 표준점수 차이가 벌어진다.
18일 일선 학교에서는 “지난해까지는 원점수 가채점을 통해 학생들의 지원 대학과 학과를 대충 파악할 수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표준점수 표기로 진학상담이 막막해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있다.
표준점수는 수험생 개인의 원점수에서 영역 및 과목별 전체 응시생의 평균 원점수를 뺀 값을 해당 과목의 표준편차로 나누는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쳐 산출한다.
올해부터 성적통지표에 표준점수와 백분위(전체 수험생 성적을 최고점부터 최하점까지 백분율로 표시)만 공개하고 영역별 원점수, 총점 등을 제공하지 않는 이유는 7차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모든 영역과 과목이 ‘선택’으로 변경돼 응시생의 모집단이 다르기 때문.
그러나 막상 수능을 치른 수험생들은 “표준점수의 등장으로 성적표가 날아오는 12월14일까지 구체적인 지원전략은 엄두도 못내게 됐다”며 아우성쳤다. 서울 경기고 이모군은 “가채점해보니 원점수는 모의고사 때보다 20여점 올랐지만 표준점수를 몰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서울 구일고 권병모 진학담당 교사는 “표준점수를 받기 전까지는 남은 기말고사 준비를 철저히 하고 논술 및 면접과 2학기 수시준비에 전력할 것을 주문하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올해 6월 치러진 모의평가 결과는 표준점수의 ‘위력’을 일찌감치 예고했다. 당시 인문계생인 서울 D고 이모군과 서울 K고 유모군은 언어, 수리 ‘나’, 외국어 등 3개 영역 원점수는 227점으로 같았다. 그러나 표준점수는 유군이 이군에 비해 4점 높았다. 유군이 표준편차가 상대적으로 적은 언어 및 외국어 영역에서 이군보다 높은 점수를 얻었기 때문이다.
중앙학원 김영일 원장은 “이번 수능의 표준점수 유ㆍ불리 차이는 다음달 발표되는 수능 성적 표준편차 결과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입시전문가들은 표준점수와 백분위 표기가 담긴 수능 성적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조급증을 버리고 자신이 지원하려는 대학을 10여개 정도 압축해 해당 대학의 전형 특징과 변수를 면밀히 살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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