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조선인에 대한 차별은 한국에 책임이 있습니다” NHK 등 일본 TV토론에서 특유의 날카로운 논리로 일본 우익 논객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고있는 재일동포 3세 여성 인권운동가 신숙옥(45)씨는 동포들마저 얼굴을 들지 못하게 했다. 18일 서울 정동 성공회대성당에서 열린 강연에서 신씨는 “많은 이들이 2차대전 가해자인 독일과 일본을 비교하지만 피해자인 폴란드와 한국은 비교하지 않는다”며 “독일의 사과를 받아내려 애쓴 폴란드인들의 노력을 한국이 반만이라도 따라 갔다면 재일조선인의 지위는 오늘 같지 않을 것”이라고 질타했다.신씨는 “재일조선인에 대한 차별은 1945년 이후 그대로”라며 “일본 남성들은 일본 여성들이 영국 축구선수 ‘베컴’에 열광할 때는 아무 말 없었지만 최근 ‘욘사마’ 열풍에 대해서는 신경을 곤두세울 만큼 뿌리깊은 차별의식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인이라는 차별 때문에 대학을 나왔어도 인쇄공 밖에 될 수 없었던 아버지처럼 신씨 역시 같은 이유로 고교를 중퇴하고 온갖 허드렛 일을 해야했다. 1977년 광고대행사 ‘하쿠호도’에 입사하고서야 변변한 직장을 가진 신씨는 외국인과 여성이라는 이중의 차별을 뚫고 8년 뒤 ㈜고카샤(香科舍)라는 기업경영컨설팅 업체를 세워 현재는 성공한 여성기업인의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적 극우정치인 이시하라(石原) 도쿄 도지사 퇴진운동 등 5~6개의 시민ㆍ사회단체를 이끌면서 활발한 강연ㆍ저술 활동도 병행하고 있는 신씨는“강해야만 살아 남을 수 있는 일본 사회에서 ‘약하더라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인권운동에 뛰어 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20일 일본으로 돌아가는 신씨는 “일본은 평화헌법 개정 시도 등 전쟁을정당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내부의 적’인 재일조선인과 이주노동자 등에 대한 차별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며 “헌법 개악 저지, 외국인 난민 문제 등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갖고 활동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글 신기해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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