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여당 단독으로 국회 정무위에서 통과시킨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대기업집단 소속 금융사가 계열회사에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 한도를 현행 30%에서 향후 3년간 매년 5%포인트씩 단계적으로 줄여 15%까지 축소토록 돼 있다.의결권 한도제도는 대기업집단이 계열금융사의 고객자산을 이용해 지배력을 확장하는 것을 방지하기위해 1986년에 도입된 것으로 처음에는 계열사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가 전면 금지됐다. 그러다 외환위기 후 외국인의국내기업에 대한 적대적 M&A가 허용됨에 따라 방어 수단으로 2002년 정관변경, 합병, 영업양도 등 경영권과 관련된 주요사항에 대해서는 30%까지 의결권행사가 가능하도록 개정됐다.
현재 국내기업에 대한 외국인의 적대적 M&A 위협은 당시보다 훨씬 크다.현재 외국인 지분율은 삼성전자 58%, 현대자동차 56%, SK(주) 61.4%이다.
(주)SK의 15%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소버린자산운용은 추가로 우호지분 17%를 확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사진 교체를 요구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외국인 주주에 의한 경영간섭이 증대되고 있다. 9% 지분을 갖고있는 캐피탈펀드는 자신들 몫의 사외이사를 계속 요구하고 있으며, 작년에는 삼성전자 본사의 뉴욕이전을 요구하기도 했다.
계열금융사의 의결권이 15%로 축소되면, 출자총액규제 등으로 5%이상 계열사 주식취득이 금지된 대다수 국내그룹 계열기업에 대한 적대적 M&A 가능성이 높아진다. 삼성전자의 경우 상위 10대 주식보유기관이 연합하면 의결권이 21.9%나 된다.
적대적 M&A 방지를 위해서는 비금융계열사라도 삼성전자의 지분을 확대해야 하나 상호출자제한에 묶여 한계가 있다. 외국 금융사는 아무런 제약 없이 국내 금융사에만 제약을 가하는 역차별은 우리 기업을 적대적 M&A의 먹이감이 되게 할 뿐이다.
적대적 M&A는 본질적으로 단기적 이익추구가 목적이다. 대상기업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우호지분확보 같은 부차적 문제에 매달려 경쟁력이 약화될수 밖에 없다.
산업자본의 금융지배에 따른 고객과 지배주주 간의 이해상충문제는 금융감독차원에서 규제와 자율적 장치에 의해 해결돼야 한다. 금융보험사에 대해 계열사에 대한 신용한도, 주식취득한도가 설정돼 있어 의결권행사 축소는 중복규제에 해당된다.
이번 개정안의 함의가 산업, 금융자본의 분리에 있다면 특수관계인까지 포함시킬 게 아니라 금융계열사의 의결권만 제한하는 게 합리적이다. 즉 금융계열사 보유주식의 10%, 15%까지 의결권을 허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있다.
글로벌 무한 경쟁시대에 기업 혁신 없이 선진국 진입은 불가능하다. 정부역시 현실을 직시하는 사고의 혁신이 필요하다.
/홍기택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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