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막말이 위험수위다.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나온 국회의원들의 막말은 거의 욕설에 가깝다. 표현이 거칠기만 한 것이 아니다. 오로지 상대비난에만 열중하다 보니 최소한의 논리에도 닿지 않는 선동적 언사도 서슴지 않는다.여야 대립이 격렬한 것과 정치권이 말을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것은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 대립이 클수록 표현은 신중하게 해야 하고, 특히 대화와 타협을 덕목으로 삼아야 하는 국회에서 구사되는 말들은 적정한 품격을 지녀야 한다.
의원들의 막말에는 여야 구분이 없다. 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이 헌법재판소를 향해 ‘사법 쿠데타’라는 말로 공격해 파문을 일으키더니, 김종률 의원은 헌재를 ‘헌법 제작소’라고, 재판관들을 ‘법복 귀족’이라고까지했다.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은 대통령과 총리에게 ‘무식한 꼴통’이라고 욕하는가 하면, 정두언 의원은 ‘현 정권은 캄보디아의 폴포트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모두가 무도한 말들이다.
말은 내면의 표현이지만 습관적 막말은 거꾸로 내면화하기 마련이다. 이념과 정책 소신을 두고 벌이는 다툼이나 토론이야 얼마든지 좋겠지만, 여기에 막말이 지나치면 그 다툼은 저질 싸움으로 전락한다.
특히 이런 싸움에 초선 의원들이 선두에 나서는 현상은 새 정치의 기대를 안고 출범한 17대 국회의 전도를 암울하게 한다. 여야 초선의원 10여명이 구태를 반성하자는 취지의 모임을 추진한다는데, 이는 바로 초선들의 행태가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구태정치를 추방하려면 평소 유권자들이 이런 의원들을 주시해야 한다.
‘아’ 다르고 ‘어’ 다른 게 말이다. 정치권에 거친 말들이 넘쳐 나면 사회 전체가 거칠어 진다. 정치권의 막말이 국민의 언어를 오염시킨다는 각성이 필요하다. 싸워도 신사적으로 싸울 줄 알아야 지도층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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