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북한은 골방에 넣어 둔 여자 상봉때나 손 잡으려"*"北核 진전 있으려면 北에 자신감 심어 줄 인센티브 제시해야"
토머스 허바드 전 주한미대사는 16일 "한국의 정치는 중도좌파로, 미국은 우파로 방향전환을 했다"면서 "미국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의 새 지도자들은 양국의 불평등 관계나 (미국으로부터의) 무시에 대단히 민감하다"고 말했다.
허바드 전 대사는 이날 워싱턴 시내 페어몬트 호텔에서 퇴임 후 첫 강연을 갖고 "내가 역대 한국 대사중 가장 어려운 시기에 근무했다"면서 "미국의 정책에 대한 한국의 지지가 뚜렷하게 퇴조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의 LA 북핵 연설에 대해 "한국민을 짓누르고 있는 불안감, 미국의 선제공격으로 6ㆍ25 이후 이룬 모든 것을 잃어버릴 줄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반영한 것"이라면서 "노 대통령과 마지막 만났을 때 그는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은 물론, 정권교체와 붕괴를 모두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허바드 전 대사는 "그러나 한국은 미국이 클린턴 시절로 되돌아가지 못한다는 점을, 미국은 한국이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로 되돌아가지 못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버드 전 대사는 또 "한국인에게 북한은 '골방에 넣어둔 여자'(Woman in the Cell)와 같은 존재"라면서 "(평소에는 무관심하다) 이산가족 상봉 때나 손을 잡아보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인들이 북한에 분노하기 보다 반미감정을 갖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질문에 대해 "시간이 흘러 6ㆍ25 경험 세대가 감소하고 있고, 북한에 대한 분노의 자리에 한국이 이룬 성취감이 압도적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외교관 은퇴로) 39년만에 처음으로 미국 정부를 대표하지 않고 말할 수 있게 됐다"면서 "미국이 실질적인 내용을 가미하지 않는 한 북핵 문제에 진전은 없을 것"이라면서 "북한의 공갈에 굴복해서가 아니라, 북한에 확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바드 전 대사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매우 다른 부류의 대통령"이라면서 "그를 만나본 미국인들이 항상 하는 말이지만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노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제왕적이지 않다"면서 "매우 실용주의적이어서 미국이 핵심(key)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버드 전 대사는 "툭 깨놓고 얘기하는(Down to Earth) 성품의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김대중 대통령 보다 편한 상대"라고 덧붙였다.
워싱턴=김승일 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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