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 30년간 헌신해온 국제구호단체 요원마저 무장단체 테러의 제물이 됐다. 지난달 중순 바그다드에서 납치된 ‘케어(CARE) 인터내셔널’의이라크 책임자인 아일랜드계 영국인 마거릿 하산(59)이 끝내 살해된 것으로 16일 사실상 확인됐다.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하산의 살해 장면을 찍은 것으로 보이는 비디오 테이프를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위성방송 알 자지라는 무장한 인질범이 하산의 머리에 총격을 가하는 장면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를 입수했다고 전했다.
아일랜드 더블린 태생으로, 아일랜드와 영국 국적과 함께 이라크 국적까지 갖고 있는 하산은 이라크에서 살해된 최초의 여성 인질로 기록된다. 케어인터내셔널은 세계 최대규모의 구호기관으로, 이라크에서는 전후 응급치료와 식량지원, 정수사업 등을 펼쳐왔다.
하산은 이 단체에서 청춘을 보낸 뒤 이라크인과 결혼을 했다. 지난해에는영국 하원에 출석, 이라크에 심각한 인도적 위기가 닥치고 있다고 연설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3월 인터뷰에선 “영국이 연합군에 참여한 사실이 슬프다”면서도 “내가 보복 공격의 목표물이 될 것이라는 두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달 22일 밧줄에 묶인 참혹한 인질의 모습으로 비디오 테이프에 나타났다. 그는 테이프에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에게 영국군의 철수를 호소하면서 “나의 마지막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살고 싶다. 도와달라”고 눈물로 외쳤다.
하산의 이라크인 남편 타신 알라 하산은 “그는 평생을 이라크인을 위해 살아왔고 이라크인으로 살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메리 메컬리스 아일랜드 대통령은 “마거릿이 오랫동안 이라크인들에 보여준 친절을 참혹한 죽음으로 갚았다”고 비난했다.
/이동준기자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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