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도 자꾸 하면 진실이라고 믿게 된다. 미지근한 감정을 가진 이에게도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자꾸 말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정말 사랑하는 것처럼 느낀다.못 믿겠으면 실험해 보시길. 정말 미워하는,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매일얼굴 마주치는 이에게 딱 열 번만 사랑한다고 말해보자. 실험결과도 이를증명한다. 다니엘 폴라그(미 워싱턴대 교수)는 140명에게 되풀이 해서 거짓을 말하도록 시켰다.
그 결과, 10%는 자신이 뱉은 거짓말을 진실로 굳게 믿게 됐다. 거짓이 진실로 변하는 순간이다. 거짓말 탐지기로도 가려낼 수가 없다.
가끔, 거짓말이 진실보다 아름다운 순간이 있다. 거짓말이 가정의 평화를지키는 순간. “엄마가 왕년에 동네에서 너무 인기가 많아서…호호호”“아빠가 학교 다닐 때 정말 공부를 잘 했거든…” 등등. 허풍인 줄 알면서도 일단 맞장구 쳐주자. 그 뒤에는 진실보다도 행복한 시간이 펼쳐진다.
동심을 지키는 데도 거짓말이 동원된다. “아빠 산타클로스는 정말 있어?” “그럼. 지금도 너희들 선물 준비하느라 매우 바쁘시단다.” 아이들의반짝이는 눈망울은 그 어떤 진실보다도 진실되다. 오랜만에 만난 이에게 건네는 거짓말. “예뻐지셨네요” “멋져졌어요” 상대방의 마음을 기분좋게 했다면 거짓말 한번 하는 게 뭐 대수인가.
이와이 순지의 영화 ‘하나와 앨리스’에서 하나는 거짓말로 짝사랑 하던선배 미야모토의 사랑을 얻어낸다.
벽에 머리를 부딪혀 잠시 정신을 잃은 후 깨어난 미야모토에게 하나가 하는 말. “어머, 기억 안 나요? 나, 선배 애인이잖아요. 기억상실인가 봐요.” 거짓말은 다른 거짓말을 부르고, 미야모토를 정말로 사랑하게 된 하나의 친구 앨리스는 자신의 사랑을 숨길 수 밖에 없다.
하나는 행복하지만 불안하다. “선배의 마음이 앨리스에게 가 있다면 그렇게 하세요”라고 고백하고 진실을 말하는 순간, 하나의 사랑은 끝나고 만다. 하지만 누가 하나의 사랑을 거짓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랑은 거짓말’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한 남자배우의 인터뷰를 보니 “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한다고 거짓말 하며 살기 싫어서 결혼을 하지않겠다”고 한다.
차라리 이건 어떨까. ‘사랑은 거짓말이다’보다는 ‘거짓말도 사랑이다’라고 생각하는 거 말이다. 거짓말이 언제라도 진실로 변모하는 판에,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진실과 거짓의 구분이 무슨 소용 있을까.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거짓말이라면 그것 또한 진실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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