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가 남파간첩 출신 비전향장기수의 명예회복 및 보상 건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린 후 의문사위가 ‘재심의 신청’이라는 다소 우회적인 방법으로 첫 공식 입장을 표명했지만 그 내용은 보수세력 및 보상심의위에 대한 강력한 반발의 의미를 담고 있다.의문사위는 재심의 신청을 하며 “고 변형만씨는 이미 형을 치른 이상 그의 공산주의 전력이 민주화운동 관련성을 부정할만한 근거는 되지 않는다”며 “권위주의 통치의 대표적인 악법 중 하나인 사회안전법의 폐지 등을요구한 것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신장시킨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민주화운동에 해당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는 행위자의 이전 경력이 어떻든 민주화운동 관련성만을 따지겠다는 것으로, 전력을 중요한 판단근거로 삼아 기각 결정을 내렸던 보상심의위의 기준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것이다.
주목되는 것이 논란의 우려가 높은 이 문제를 의문사위가 왜 굳이 다시 제기했느냐는 것이다. 우선 곧 탄생할 과거사 진상규명 관련 기구와 보상심의위 두 기관간의 관계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포함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의문사위 관계자는 “의문사위와 보상심의위는 민주화운동에 대한 개념적인 정의는 법적으로 공유하고 있으면서도 그 판정 기준이 달라 자주 부딪히는 모습을 보였다”며 “의문사위는 연말에 해체되지만 새로 생길 과거사 진상규명 관련 기구와 보상심의위간에는 반드시 권한, 판단 기준 등 관계 정립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난 6월 보혁갈등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매도되며 실추됐던 자존심을 기구해체를 앞두고 만회해보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상심의위는 재심의 신청이 들어올 경우 60일 내에 기각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그 이전에 재심의 신청 자격을 따져 각하 여부를 판단한다.재심의 신청이 각하가 되든, 보상심의위를 거쳐 다른 결정이 내려지든 남파간첩 출신 비전향장기수 문제는 다시 한번 논쟁의 중심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최영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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