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세르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의 사망이후 권력 공백 상태를 맞고 있는 팔레스타인이 본격적인 선거국면에 돌입했다.내년 1월 9일로 예정된 자치정부 수반선거는 팔레스타인과 중동의 평화를 결정짓는 국제적인 중대사이다. 이 때문에 미국과 이스라엘도 선거분위기조성에 나섰다.
◆현지는 본격적인 선거 정국
선거를 앞두고 각 정치세력은 선거 참여파와 불참파로 갈리고 있다. 강경파인 하마스와 이슬람지하드 등 이슬람 무장단체는 수반 선거에 부정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슬람지하드 지도자 나페즈 아잠은 15일 “이스라엘에 뺏긴 영토를 되찾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며 선거불참을 선언했다. 경쟁단체인 하마스는 수반선거와 지방선거를 동시에 치러야 한다는 조건부 참여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들이 불참할 경우 선거는 반쪽선거가 되고, 당선자의 정치기반은 약해질 수 밖에 없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테러조직으로 규정한 이들이 참여를 선언해도 새로운 불씨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2개 국가를 4년내에 양립시키는 방안 마련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 밑그림이 구체화하려면 우선 자치수반 선거에서 정통성 있는 새 지도부가 탄생해야 된다.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이 20, 21일 팔레스타인을 방문하는 것도 새 지도부 구성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키 위한 것이라고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16일 밝혔다.
◆온건-강경파간 폭력화 조짐
선거참여를 놓고 벌어지는 온건-강경파의 갈등은 폭력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마무드 압바스 PLO의장은 15일 가자지구의 아라파트 수반 빈소에서 괴한들로부터 총격을 받았으나 무사했다.
괴한들은 “압바스와 다흘란은 미국의 기관원”이라고 외쳤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압바스는 아라파트 전 수반의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고, 모하메드 다흘란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철수협상을 주도하며 국제적인 신임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누가 되든 장래 낙관할 수 없어
선거가 순로롭게 진행돼도 무조건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국제적 지지를 받는 온건파는 기반이 취약하고, 반면 국제사회가 기피하는 강경파는 대중적 인기도가 높기 때문이다. 온건파 압바스에 대해 현지 여론조사 전문가 칼릴 시카키는 “선거가 오늘 열린다면 압바스의 지지율은 3%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압바스는 낮은 인기도 만회를 위해 강경파와의 연합설 등이 흘러나오고 있다.‘튀니지파’로 불리는 압바스 세대의 정치인들은 대부분 부패 혐의를 받아 정치력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지난 9월 지지도 조사에서 하마스 최고지도자 마무드 자하르는 15%의 지지율로 아라파트(35%)에 이은 인기를 과시했다. 살인혐의로 이스라엘에 수감중인 마르완 바르구티도 아라파트 사후 가장 인기있는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근호는 “구심점을 잃은 팔레스타인들에게 ‘아라파트의 전설’은 계속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 라우히 파투(55) 팔레스타인 자치의회 의장, 아라파트 사후 수반 권한대행(60일)
▲ 아흐메드 쿠레이(66) 자치정부 총리. 튀니지파. 93년 오슬로 협정 주역.
▲ 마흐무드 압바스(69) PLO의장, 튀니지파. 오슬로 협정 주역.
▲ 모하메드 다흘란(43) 전 가자지구 치안대장, 87년 1차 인티파다 주역. 이스라엘의 가자지역 철수협상 주도.
▲ 마르완 바르구티(45) 살인혐의로 이스라엘에서 종신형. 1차 인티파다 주역. 아라파트로부터 "가장 대중적 지도자"라는 평 얻음
▲ 마무드 자하르(53) 무장저항단체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하마스 창설자 아메드 야신의 주치의 출신으로 강경파.
/이태규기자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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