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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북한의 이례적 저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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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북한의 이례적 저자세

입력
2004.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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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5일 평양에서 열린 제3차 일본인 납치문제 실무자협의는 북한의 외교에선 드물게 일본의 요구를 고분고분 받아들이는 식으로 진행됐다.일본은 중국의 베이징(北京)에서 열렸던 1, 2차와는 달리 ‘납치의 현장’인 평양에서 대표를 국장급으로 격상해 열 것을 주장해 관철시켰다. 일본은 또 경찰, 법의학자까지 포함된 19명의 대표단을 파견해 북한의 설명을 들었다. 북한의 인민보안성 조사책임자는 교섭 테이블에 불려 나와 일본 대표단의 신문에 가까운 추궁을 받아야 했다.

일본 대표단은 당초 일정을 이틀 연장해 병원 등 납치피해자가 생활했던장소를 방문하며 관계자의 증언을 청취하는 현장검증도 했다. 그리곤 예정에 없던 전세기를 평양으로 불러들여 유골, 사진, 관련 기록의 복사본 등증거물을 싣고 일본으로 돌아왔다.

물론 ‘8명 사망, 2명 입국 미확인’이라는 북한의 기존 발표와 다른 새사실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이 외교교섭에서, 그것도 일본과의 협상에서 이토록 저자세를 보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북한이 노력한 흔적은 엿보인다”고 칭찬하는 듯 하면서“하지만 이 걸로 끝은 아니다”라며 한층 더 몰아세우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자연스럽게 북한의 대남 교섭태도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5월 일본 납치피해자의 가족을 추가로 돌려보내며 “이산가족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공인한 숫자만 486명에 달하는 우리 납북자 가족들의 처지를 볼 때 남북간의 교섭 관행도 뭔가 달라질 때가 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신윤석 도쿄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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