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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스 국무 지명… 美외교정책 어디로/부시 "내 색깔대로" 親政외교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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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스 국무 지명… 美외교정책 어디로/부시 "내 색깔대로" 親政외교 예고

입력
2004.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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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국무장관 기용은 외교에 자신의 색깔을 내려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집권 2기 구상을 반영하고 있다.부시 대통령은 '텍사스 군단'의 한 명인 알베르토 곤살레스 백악관 법률고문을 법무장관에 앉힌 데 이어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후임으로 16일 '외교의 가정교사'라이스를 지명함으로써 집권 2기 내치와 외치의 핵심 사령탑에 모두 자신의 최측근을 앉혔다. '심복 정치''친정 외교' 시대의 시작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보 달더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부시 대통령은 자신의 외교관을 가장 충직하게 따르는 인물들을 주위에 두고 그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외교정책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부시 대통령이 재선의 성공으로 단임에 그쳤던 아버지 부시의 한계를 넘어섰듯이 집권 2기의 외교도 자신의 경험 부재를 아버지 시대의 인물 기용으로 메웠던 집권 1기와는 다르게 꾸려 나가려 한다는 뜻이다.

그런 맥락에서 파월 장관의 퇴진은 이미 부시의 구상에 들어있었는지 모른다. 파월 장관은 "부시 정부의 1기만을 봉직한다는 게 내 뜻이었다"며 사임의 자발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파월 장관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사망과 이라크 전황의 변화 등 달라진 국제 환경에서 자신의 외교적 성과를 마무리할 '적당한'시간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언론들은 "부시 대통령이 파월에게 더 남아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고 밝혀 그의 사임이 사실상 경질에 가까운 것임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 4년간 부시 대통령은 라이스의 '충실한 조언'을 매개로 외교ㆍ안보 라인간 강온 대립의 균형을 잡는 통치력을 발휘했다.

이제 부시 대통령은 자신이 가장 신뢰할만한 조언자에게 외교의 집행역을 맡김으로써 강온파의 대립구도를 깨려는 의도를 드러낸 셈이다. 미국의 외교가 강한 쪽이든 부드러운 쪽이든 한 목소리를 낼 여지는 훨씬 커졌다.

물론 온건파 파월 장관의 퇴진으로 대외정책에 미치는 강경파의 입김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강경 외교정책에 시멘트를 바른 격"이라고 지적했다.

1기 부시 정부의 외교 정책을 관통해온 일방주의 기조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라이스야말로 미국의 국익을 위해 힘을 사용할 것을 옹호해온 일방주의자다.

그러나 라이스는 또한 실용주의자다. 이념을 앞세워 번번히 외교를 군사적 행동의 뒷전으로 밀어냈던 딕 체니 부통령이나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등 매파와 그를 같은 부류로 묶기는 어렵다.

그는 냉혹할 만큼 미국의 국익을 앞세우지만 국제사회와의 협력과 협상의 유용성까지 버리진 않는다. 라이스의 실용노선이 본궤도에 오르면 강경론을 제어할 공간은 그만큼 넓어지게 된다.

워싱턴=김승일 특파원 ksi8101@hk.co.kr

■정부 반응/對北 강경노선 부담 실세 돌파력엔 기대

16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퇴진 소식을 접한 정부 당국자들은 “우리로서는 적지 않은 손실”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지만 “파월 장관 못지않게 우리와 대화가 잘 되는 콘돌리사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이 후임으로 내정돼 다행”이라고 반응했다.

당국자들은 “미국에도 대 한반도 정책의 큰 물줄기가 있고, 라이스 보좌관도 4년간 북핵문제 등에 깊이 관여해와 한반도 정책의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희망섞인‘모범답안’도 내놓았다.

하지만 깊숙이 들여다보면, 1기 부시 행정부에서 대북 강경파를 적절히 제어하면서 온건파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던 파월의 퇴진으로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드세질 가능성을 심각히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12일 로스앤젤레스에서 대북 강경책을 배제하자고 강도 높게 미국에요구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라는 관측이 외교부 주변에서 나올 정도다.

특히 당국자들은 파월 장관과 호흡을 같이해온 국무부 실무 라인 즉, 리처드 아미티지 부장관_제임스 켈리 아태담당 차관보 등이 동반 퇴진한 뒤강경파 일색으로 실무 라인이 구성되고, 이들이 기존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당국자는 “6자 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고령의 제임스 켈리(67)도 퇴진할 것이 확실해 후임자가 의회 인준을 받기 전까지 미측 수석대표는 공석이 된다”고 밝혀, 자칫 6자 회담 재개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파월 보다 강경한 라이스의 등장으로 한미관계가 꼬일 수 있다는 우려에대해서는 “4년간 라이스 보좌관은 우리와 잘 통했다”며 “우리와 협의해결정한 사안을 힘있게 추진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우리로서는 괜찮은 파트너 아니냐”고 반문했다. 결국 힘을 중시하는 외교노선을 따르고 북미 양자회담 재개를 반대하는 라이스의 성향은 부담스럽지만,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을 받는 라이스와 얘기가 잘될 때에는 지금보다 훨씬 나은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기대이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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