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대통령 암살 뉴스가 미국과 세계를 충격과 비탄에 빠뜨린 때였다. 이 소식을 수업 도중 전해들은 미국의 공립학교 여교사가 학생들에게 “빨갱이 대통령이 드디어 죽었다”며 희희낙락했다는 가십이 세계에 전파됐다.정신 나간 여교사의 예외적 일탈인 듯 하지만, 냉전 대결을 벗어난 평화 전략과 진보적 사회정책을 추진한 케네디에 대한 미국 보수세력의 반감이 그만큼 컸다는 사실을 일깨우면서 막연하나마 암살 배경을 짐작하는 데도 도움됐다. 공무원이 그런 불경스런 말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미국 민주주의의 단면이 40년 전 우리 사회의 인식에는 경이롭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 정권을 ‘김정일 2중대’로 지칭하며 노 정권은 하야하라는 비방 글을 인터넷에 올린 현직 경찰관이 사이버 범죄수사대에 적발됐다고 한다. 40대 후반의 경사 계급 경찰관이 사이버 공간에 횡행하는 저질 비방 글을 빼닮은 유치한 글을 올린 것이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이버 범죄를 강력하게 단속할 필요성을 새삼 절감하게도 한다.
그러나 이 경찰관을 징계 파면하기로 하는 것을 넘어, 명예훼손혐의로 구속한다는 데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경찰관 직분에 크게 어긋난 소행이 아무리 괘씸하기로서니 구속까지 해서 처벌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공무원도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누린다는 점을 잊지 않는다면, 흔한 정권 비방 글을 올린 일탈행위가 기본권의 존엄성을 누를 정도는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그래도 국가원수에 대한 충성심 내지는 존경심이 남달라야 할 경찰관이 아니냐고 할 것이다. 그러나 공무원 신분에 따른 특별한 의무 내지는 덕목을 어긴 잘못에 대한 처벌은 파면조치로 충분하다고 본다. 이를 넘어서는 처벌은 기본권 침해 소지가 크다. 과잉충성 논란은 오히려 부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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