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식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은 16일 "공무원들이 일을 하기에 앞서 법규와 규정을 들추고 있다"면서 "나중에 책임 소재를 따지는 풍토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는 만큼 이런 관행과 문화를 바꾸자는 것이 정부 혁신"이라고 말했다.윤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본사 12층 회의실에서 진행됐다.◇대담=이영성 정치부장 대우
_참여정부 혁신에는 거대한 담론만 있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그렇지 않다. 구체적인 조치들이 이미 도입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디지털 예산 회계시스템 구축이다. 2006년 시험 도입하고 2007년에 전면 도입한다. 이게 구축되면 투명하고 일목요연한 예산회계시스템을 갖게 되고 이 시스템을 수출할 수도 있다. 둘째 자치경찰제 도입이다. 셋째외교부 혁신이다. 모든 대사직이 개방됐다.
넷째 공직개방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책을 내놓고 있다. 공직개방은 굉장히중요하다. 우리 공무원은 능력 있지만 국민을 만족시키는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인적 구성이 획일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 있는 공무원이 필요하다.”
_공직 개방과 전문성 확보를 위한 복안을 밝혀달라.
“순환보직을 하다 보니 전문성이 많이 부족하다. 때문에 공무원의 순환 보직은 중단해야겠다. 공직 개방은 외부 민간인들이 대거 들어올 수 있는길을 열자는 것이다. 개방형 임용제에서 더 나아가 각 부처가 1~5급의 20%까지 민간인만을 대상으로 계약직 공무원을 채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부처에 따라 20% 모두 쓸 수 있고 그 보다 적게 쓸 수도 있다. 현행 개방형은 실ㆍ국장의 20%를 대상으로 한다. 여기에 추가로 20%를 실시하는것이다. 부처가 계약직 20%를 다 쓴다면 최고 40%가 외부에 열리게 된다.”
_개방형 자리를 공모해도 민간전문가가 보수, 임기 때문에 기피한다고 하는데.
“임기를 늘리고 보수를 증액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로 해야할 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_외교부가 개방형의 상징으로 돼있다. 대사직에 대해 30%까지 개방한다고했다가 최근 폭을 밝히지 않는 등 후퇴하는 조짐도 있다.
“모든 대사직을 개방하되 개방비율은 인재 풀과 공관상황에 따라 결정할것이다.”
_그렇게 하면 공직사회의 특성상 결국 축소되는 것 아니냐.
“정부 의지에 달려 있다고 본다. 이 제도를 유야무야 하지 않을 것이다.대사직은 공모하지는 않을 것이다. 인재 풀을 만들어서 스크린을 거쳐 결정한다. 타 부처에서도 올 수 있다.”
_계약직 민간인 임용은 언제부터 시행 가능한가.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될 것이다.”
_고위공직자들 사이에서 윤 위원장이 공적 1호로 돼 있는 것 아니냐.
“그렇다(웃음). 그러나 공무원들도 이것이 큰 흐름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_순환보직 중단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재경부를 예로 들어보자. 금융, 조세, 기획 등을 넘나들게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 쪽 전문가로 크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조직법을 바꿔야 한다.”
_외교부의 복수차관제 도입에 이어 혁신위가 재경부 등 다른 부처의 복수차관제 도입을 검토한다고 청와대가 밝혔는데.
“우리 위원회에서는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 다만 외교부 혁신과 관련해 복수차관제를 검토했었다. 다른 부서는 전혀 고려한 적이 없다.”
_외무고시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구체적 시행 계획은.
“외교관은 어학을 잘해야 한다. 외교관으로서의 품성과 자질은 필기 시험으로 선별할 수 없다. 일본의 경우도 행정고시는 그대로 있지만 외무고시는 폐지했다. 우리도 다양한 방식으로 각 지역 전문가를 뽑을 수 있어야 한다.”
_행정고시 폐지는 검토 안 하나.
“행정고시는 문제점도 있지만 좋은 점도 있어 폐지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
_공정거래위 업무 중 다른 부처로 이관할 업무를 찾는다고 했는데 어떻게되고 있나.
“쉽지 않은 일이더라. 지금 전담팀에서 공정거래위의 기능을 검토중이다.”
_공정위의 계좌추적권 지속여부도 다루나.
“아니다. 구체적으로 하는 일까지 언급하는 것은 월권이다.”
_자치경찰제로 자치단체장이 경찰권까지 갖게 돼 토호세력화할 수 있다는우려가 있다.
“변사또 같은 이가 나오면 어떡하냐는 우려가 있을 것이다. 이몽룡 같은이가 나타나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서비스는 얼마든지 계량화가 가능하다. 범죄율이 올라가고 잘하지 못하면 자치경찰권을 거둬들이면 된다.”
_장관평가제를 이야기 한 적이 있는데.
“장관평가제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부처에 대한 평가가 결국 장관 평가다. 어떤 장관은 이미지만 관리했지만 성과는 없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이미지는 없지만 성과는 많은 경우가 있다. 이런 것을 가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_정부 혁신의 주도자로서 한마디 한다면.
“혁신은 매우 어렵다. 그것을 추진하는 데에는 많은 갈등이 있다. 부처 의견이 다르고 사람에 따라 의견이 다르다. 그러나 우리는 합의를 이끌어서 혁신을 가야 한다. 또한 혁신은 오래가야 성과가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그 성과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무엇을 했느냐는 소리를 듣기가 쉽다. 국민들이 혁신을 느끼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정리=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윤성식 위원장은 누구
윤성식(51)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은 ‘정부 혁신의 전도사’로 불린다.강연과 세미나 등 가는 곳마다 “공직사회의 문화가 바뀌어야 나라가 산다”고 역설한다. 논리의 전파에 그치지 않고 굵직굵직하고 민감한 정부 혁신안을 만들어 내는 실행자의 역할도 하고 있다. 디지털 예산회계시스템,대사직 외부 개방, 자치경찰제 2006년 실시, 외무고시 폐지안 등 공직사회에 충격을 준 방안들이 그의 손을 거쳐 마련됐다.
노무현 대통령도 윤 위원장의 팬이다. 그의 저서 ‘정부 개혁의 비전과 전략’은 노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탐독했고 그 이후 만나는 공직자들마다 “꼭 읽어보라”고 권유할 정도로 극찬한 책이다. 노 대통령이 그 동안 밝힌 정부 혁신론의 이론적 토대도 대부분 윤 위원장이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윤 위원장은 노 대통령이 대선을 앞둔 2002년 5월 지지도가 추락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대학 동기인 정세균 의원의 도움 요청에 주저 없이 지지선언을 했다. 원칙을 중시하는 노짱에 매료됐다고 한다. 그런 인연으로지난해 8월 노 대통령은 그를 감사원장에 지명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분당에 분노하던 민주당이 한나라당과 손잡고 그의 임명동의안을 부결시켰다. 그러나 그는 지난 6월 현 직책을 맡아 컴백했다.
그는 지금도 노 대통령과 자주 독대를 한다. 그만큼 노 대통령의 신뢰가 깊다. 이를 동력으로 그는 참여 정부가 끝날 때까지 정부 혁신을 계속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프로필
▦전남 해남(51) ▦고려대, 미 UC버클리대 경영학박사 ▦미 텍사스대 경영대학원 교수 ▦미국 공인회계사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정무분과위원
■개방형 공무원임용제
개방형 공무원 임용제는 꽉 닫혀 있는 공직 사회의 문을 민간 전문가에게도 열어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에 적합한 인재를 쓰겠다는 취지로 DJ정부가 1999년 5월 도입했다.
중앙인사위원회에 따르면 지금까지 전체 153개 개방형 공직 중 131개 자리가 채워졌으며 이 중 84명(64.1%)이 공무원 출신인 반면 순수 민간인은 47명이다. 도입된 지 6년째이지만 공직사회 내외에서의 평가는 상당히 엇갈린다.
무엇보다 민간인 출신이 참신하고 파격적인 생각과 문화를 공직사회에 확산시켜 ‘공직사회는 철밥통’이라는 이미지를 바꾸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또 민간 전문가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갖추고도 연공서열에 묶여 있던 공무원에게는 승진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펼쳐 보일 수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도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개방형 직위가 ‘공직자를 위한 자리 나눠먹기’라는 비판도 제기한다. 실제 재경부는 4개 자리 중 2개를, 외교통상부는 8개 중4개를 관료 출신으로 임용했으며 개방형 직위를 보유한 42개 정부 부처 중민간 전문가를 뽑지 않은 곳이 15곳에 이른다.
또한 민간인 출신 중 상당수가 계약직이라는 속성 때문에 조직에 적응하려는 노력보다 ‘안 맞으면 언제든 그만둔다’는 식으로 전체 분위기를 흐트리는 경우가 많고 해당 분야에만 치중하려다 보니 실제 집행 능력은 상당히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박상준기자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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