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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서까래에 관한 두개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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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 서까래에 관한 두개의 이야기

입력
2004.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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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요 임금은 검소하여 집 사치를 몰랐다. 지붕을 이은 억새를 자르지 않고 서까래 끝을 자르지 않았다. 그러니까 왕이 사는 집의 지붕을 초가집처럼 억새로 얹고, 처마에 그것이 들쭉날쭉한 자리를 다듬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는 것이다.그래서 만들어진 또 하나의 이야기. 옛날 어느 마을에 욕심 많고 성질 못된 노인이 살았다. 그는 동네사람 괴롭히는 재미와 마루에 누워 낮잠을 자는 재미로 살았다. 마을에 꾀 많은 청년이 요 임금의 예를 들어 말 몇 마디로 이 노인을 죽여버렸다.

“어르신. 마을 사람들이 어르신을 이렇다 저렇다 해도 제가 보기에 어르신이야말로 요 임금님이십니다.” “내가 말인가?” “어르신 낮잠 주무시는 자리에서 쳐다보면 처마의 서까래들이 보이지 않습니까?” “그야 물론 보이지.” “그 중 하나가 몹시 굽었던데 어르신은 그걸 쳐다보면서도 아무렇지 않으신 모양입니다.”

그날부터 이 성질 못된 노인은 낮잠을 잘 수 없었다. 눕기만 하면 옆으로 굽은 서까래가 눈에 들어와 잠을 방해하는 것이었다. 나중엔 밤에 방에서 잠을 잘 때조차도 이 서까래가 그의 눈을 찔러대 반년 만에 저 세상으로 떠나고 말았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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