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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띄우는 편지

입력
2004.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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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푸켓은 6년 전 신혼여행을 다녀온 곳입니다. 평생에 한번이라는 신혼여행길이었지만 태국의 악명 높은 패키지관광 전문 가이드들은 신혼부부라고 해서 봐주지 않았습니다.한국에서 출발할 때부터 여행은 꼬였습니다. 방콕을 거쳐 푸켓으로, 다시 역순으로 돌아오는 왕복 4차례의 비행 중 아내와 단 한 번도 나란히 자리를 배정 받지 못했습니다.

푸켓에 도착하니 당초 예정된 호텔이 예약되지 않았다며 한 단계 낮은 호텔로 안내를 받았고, 그마저도 더블침대가 아닌 트윈침대였습니다.

일정도 당초 가기로 했던 피피섬이 별로 볼 것이 없는 데다 거리도 멀다며 가까운 산호섬으로 바꾸더군요. 여독이 풀리지 않은 신혼부부들을 새벽부터 깨워 두어 시간 섬에 머무르게 하더니, 곧장 빠져 나와 쇼핑센터로 데려간 뒤 천천히 둘러보라고 합니다. 피피섬에 데려가지 않은 이유가 거리가 멀어서가 아니라 쇼핑을 할 시간이 없어서라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닫게 됐습니다.

6년이 지난 지금 한국인의 푸켓여행 방식은 큰 변화가 없습니다. 여전히 많은 여행객들이 푸켓을 찾고 있고, 여행경비도 저렴해졌습니다.

일부 여행사에서는 제주도 왕복항공권과 숙박비 정도인 20만 원대에 푸켓 4박5일 상품을 내놓기도 한다고 합니다. 푸켓 왕복항공권 가격만도 40만~50만 원선인데 어떻게 이 가격에 먹여주고 재워주고 관광까지 시킨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세상에 손해보면서 물건을 팔 장사꾼은 없습니다. 가이드들은 여행객을 대상으로 바가지쇼핑과 원가의 4~5배 비싼 선택관광을 유도해 본전을 뽑으려고 합니다. 여기에 넘어가지 않으려는 여행객과의 실랑이가 곳곳에서 벌어집니다. 당연히 푸켓에 대한 여행객의 인상은 최악이겠지요.

기형적인 푸켓의 패키지여행문화로 태국관광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자 태국정부가 칼을 빼들고 나섰습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푸켓에서 한국인 가이드를 모두 철수시키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자칫 국제적인 망신을 당할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푸켓은 태국정부가 자랑하는 최고의 관광지입니다. 그리고 그 명성은 결코 거짓이 아닙니다. 하지만 말도 되지 않는 비정상적인 여행문화가 존재하는 한 푸켓의 아름다움은 한국관광객에게 여전히 그림의 떡으로 남을 것입니다.

/한창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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