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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은행서 잠자고… 건설사 문닫고… 시름 깊어가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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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은행서 잠자고… 건설사 문닫고… 시름 깊어가는 한국

입력
2004.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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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돈은 투자처를 못 찾아 은행권을 맴돌고, 기업들은 적자에 허덕이다 자진 폐업하는 등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고유가로 시중 물가까지 오르는 가운데 스태그플래이션(불황속 물가상승) 조짐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이나 개인이 자금을 임시 예치하는 수단인 시중은행 요구불예금의 지난 9월 회전율이 월평균 21.6회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회전율은 예금지급액을 예금평잔액으로 나눈 것으로, 회전율이 낮다는 것은 돈을 은행에 묻어둔 채 찾아쓰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구불예금 회전율 사상 최저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67.0회), 2000년(48.2회) 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 2001년(39.0회), 2002년(35.1회), 2003년(31.9회) 등으로 매년 심해지고 있지만, 이보다도 더 크게 떨어졌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수신고 중 요구불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25~3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음에도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예탁자들이 신규 투자처를 찾지 않은 채 은행 돈을 묻어두고 있다"며 "당분간 이 같은 기조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건설업 등록 반납 작년의 18배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3·4분기까지 건설업 등록 자진 반납 건수가 2,438건으로 지난해 동기(137건)에 비해 무려 18배 급증했다. 자진반납 건수는 지난해 1·4분기, 2·4분기에 각각 12개, 16개사에 불과했으나 3분기(119개사), 4분기(541개사)부터 급증하기 시작, 올해는 1분기 823개사, 2분기 817개사, 3분기 798개사 등 매달 평균 270여개사가 면허를 자진반납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비전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건설업체의 부도사례도 크게 늘어,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일반건설업체 가운데 총 123개사가 문을 닫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94개사)에 비해 29개사가 증가한 것.

◆ 소포 등 우편물량 2년째 격감

올해 소포 편지 등 전체 우편물 발송건수는 3년 만에 다시 50억건 이하로 추락할 전망이다. 2001년 사상 처음으로 50억건(50억5,600만건)을 넘었던 우편물 발송 건수는 지난해(-5.1%)에 이어 올들어 최근까지 전년대비 4.8~4.9%의 감소했다. 우편 물량이 2년 연속 감소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우편물은 경기상황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며 "이메일이 본격 확산된 게 이미 오래 전임을 감안하면 물량 감소는 불경기 탓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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