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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노 파업 사실상 무산/ 원인과 향후 전망 - 비판여론·정부 강공에 예견된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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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노 파업 사실상 무산/ 원인과 향후 전망 - 비판여론·정부 강공에 예견된 실패

입력
2004.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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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공무원 파업 첫날인 15일 정부의 파상 공세에 따른 전국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의 대거 이탈로 행정공백이 거의 발생하지 않음에 따라 파업의 조기종결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전공노의 파업이 이같이 무력해진 것은 여론이 등을 돌린 가운데 정부가 자신감을 갖고 강경대응에 나선데다 전공노의 투쟁도 지나치게 강경 일변도이고 크게 미숙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전공노는 전국 210개 지부 가운데 77개 지부에서 4만4,309명 정도가 파업에 참가했다고 발표했지만 거의 모든 지방자치단체에서 평상업무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실질적인 파업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공무원들의 파업실패는 예정된 수순이나 마찬가지였다. 정부가 공무원 파업에 등을 돌린 국민여론을 업고 ‘토벌’에 비유될 만큼 강경정책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강경일변도의 전공노 지도부와 달리 신분에 불안을 느낀 일반 조합원들이 ‘투쟁력’과 ‘단결력’을 유지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는 지적이다. 국민 대다수가 공무원이 파업권을 가지는 데 부정적인데다 법을 집행하는 공무원이 불법을 저지르는 데 대한 비판여론도 거세 조합원들의 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더욱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상황인데도 지도부가 ‘노동 3권의 완전보장’ 요구를 굽히지 않으면서 정부와의 타협 여지가 없어져버려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여론이 용납하지 않는 공공부문의 파업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며 "친노조적인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고는 거의 지도부 수준에서 파업이 이루어져 이번 주 내에 흐지부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공노의 파업 실패는 이 달 말 노동계의 동투(冬鬪)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관련 입법안 철회 등 4대 요구사항을 내걸고 26일부터 총파업을 벌일 예정이었으나 강도가 크게 약화될 전망이다. 전체 조합원의 3분의 1 수준밖에 찬성표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총파업인데다 전공노마저 찬물을 끼얹어 제대로 끌고 나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공무원 파업은 여론도 얻지 못한데다 전공노 지도부의 전략적 대응도 상당히 미흡했다"며 "공무원 파업에 따른 여론 악화로 노동계의 동투는 험난한 가시밭길을 걸을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전국 관공서 이모저모/ 민노 구청장 울산은 참여 높아

전국공무원노조 총파업 첫날인 15일 전국 관공서에서는 우려했던 업무 공백은 빚어지지 않았다. 파업참가 공무원 수가 극히 적은 데다 민원부서의 경우 대부분 대체 인력을 확보한 상태여서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서울 강북구는 전공노 조합원 756명 가운데 간부급 20여명만이 연가를 내고 파업에 참가했으며 관악구는 지부장 1명만 결근했다. 다른 구도 대부분 20~30명 정도의 인원만 파업에 참여했다.

지방도 상황은 비슷했다. 부산은 18개 지부 중 영도구 등 7개 지부가 노조원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 업무복귀를 선언하고 파업을 포기했으며, 전북본부 소속 6개 지부는 아예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소속 조합원 1,250명의 52%인 650명이 집단 연가를 제출했던 경기 안산시의 경우 우려와 달리 노조 집행부 17명만 결근했다.

또 전남지역 광양시과 영암군, 신안군 등 일부 시·군은 노조와 합의해 이날 하루 쓰레기줍기 등 자연정화활동과 등반대회를 겸한 체육행사를 가졌다. 경찰은 등반대회 등 명목으로 근무지를 이탈한 조합원들을 무더기로 연행했다.

다만 구청장이 민주노동당 소속인 울산의 경우 파업률이 50%를 넘겼고 강성지부로 분류되던 충북 괴산군과 강원 원주시 등도 상대적으로 파업률이 높았지만 일선 업무에는 큰 혼란이 없었다.

강원 화천의 한 면사무소에서는 노조원 박모(42·7급)씨가 파업 참여를 만류하는 것에 불만을 품고 면사무소 집기 등을 파손, 긴급체포됐다. 박씨는 직장상사 등이 출근을 종용하며 사무실로 억지로 데리고 오자 "서울 집회에 참석치 못하게 한다"며 면사무소 숙직실과 사무실 출입문을 파손했다.

조윤정기자 yjcho@hk.co.kr

■파업 참가자 수 놓고 전공노 - 정부 ‘기싸움’

한편 이날 전공노와 정부는 파업 참가자 수를 놓고 각자 아전인수(我田引水)식 잠정 집계 수치를 공개하면서 기싸움을 벌였다. 전공노는 총 77개 지부에서 모두 4만4,309명의 조합원이 참가하고 8,000여명이 상경투쟁에 나서 32.1%의 파업 참가율을 기록했다고 밝힌 반면, 정부는 이날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이 3,036명에 불과하다고 추정했다.

■사법처리 어떻게/ 정부 "단순가담도 처벌"

정부는 전국공무원노조 총파업 가담자에 대해 형사입건과 파면·해임, 복직 금지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한 전방위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어 후유증이 상당할 전망이다. 특히 파면과 해직 등 중징계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조합원이 3,000명을 넘어 징계를 둘러싼 갈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경찰은 15일 전국에서 전·의경 107개 중대 1만2,800여명, 경찰관 5,057명 등 1만8,000명의 경찰력을 동원, 총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164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무단 결근, 업무 거부 등 단순 참가자도 전원 현행범으로 검거, 형사입건토록 지시했다.

대검 공안부도 이날 "전공노가 계속된 경고에도 불구, 파업에 돌입함에 따라 당초 예고했던 대로 처벌 수위와 범위를 확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중앙집행부와 지역본부장들은 물론, 파업에 적극 가담한 지부장과 지부 간부 등에 대해서도 구속 수사를 벌이기로 했다.

행정자치부는 전공노 집행부나 간부에 대해 파면이나 해임에 처하기로 했다. 행자부는 이미 지난 12일 김영길 전공노 위원장과 김일수 부위원장을 파면하고 이병하 경남지역본부장을 해임하는 등 징계절차에 착수했다. 행자부는 또 단순 가담자라 하더라도 정직·감봉 등의 중징계를 내릴 방침이어서 중징계 대상은 3,000명을 넘을 전망이다. 허성관 행자부 장관은 "사유가 발생할 때마다 곧바로 징계하고 결원은 즉시 충원하겠다"며 "과거 전국교직원노조 때와 같은 일괄복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정치권 반응 / "불법파업을 자제하라" 여야 모처럼 한목소리

정치권은 15일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총파업에 대해 민노당을 빼고는 우려와 반대의 한 목소리를 냈다. 우리당과 한나라당에선 노동운동가 출신 및 386 의원들도 가세했다.

우리당은 당정협의를 통해 파업공무원의 형사처벌 등 강경방침을 천명한 데 이어 전공노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이부영 의장은 이날 상임중앙위에서 "북핵과 경제 문제로 모두 어려운 시점에 공무원들이 파업권을 보장 받아야 하는가에 대해 상당한 이의가 있다"며 "대단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천정배 원내대표도 "전공노는 여론을 깨닫고 불법파업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386세대인 송영길 의원은 "어려운 때 공무원이 정부와 국민을 상대로 파업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공무원은 국민이 선출해 준 대표자와 함께 국민에게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이며 사용자는 정부가 아니라 바로 세금을 내는 국민"이라며 "정부는 전공노의 불법파업에 단호하게 대처하라"고 요구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공무원은 애초 공직에 들어올 때 노동쟁의를 할 수 없음을 알고 왔다"며 "공무원들이 찬반투표도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총파업을 하는 것은 절차상으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민노당은 "당의 강령, 정책, 선거공약에 따라 공무원 노조의 정당한 주장이 받아들여지도록 모든 지원을 하겠다"며 정부의 대응을 강력 비난했다. 심상정 원내부대표는 "정부는 공무원노조를 합법화 이전에 초토화할 작정으로 탄압하고 있다"며 "이는 노무현 정부가 애초 공약한 개혁을 더 이상 추진할 의사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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