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모 대학교수가 우리 사회의 가진자를 비난하며 열을 올리고 있었다. 느닷없이 아나운서가 대학교수는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어디에 속하느냐고 묻자 그만 말문이 막혀 버렸다. 지금은 어떨까. 여전히 대학교수들은 가진자라는 확신이 없나. 초·중등학교 선생님들, 특히 전교조 가입 교사들은 못가진자인가. 월 가구소득이 300만원 이하인가.며칠 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한국교육고용패널 조사’에서는 월 소득 300만원을 기준으로 ‘고소득층’을 구분했다. 고소득층의 중3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성적 상위권에서 44.1%, 중위권에서 31.0%, 하위권에서 26.5%라 했다. 부모의 소득, 학력, 교육열 및 자녀에 대한 관심, 과외교육(사교육) 참여비율이 높고, 가정내 문화생활이 풍요로울수록 중3 학생의 학업성적이 좋다고 했다.
그런데 전체 중3의 성적 상위권에서 고소득층의 중3이 차지한 44.1%를 뺀 55.9%는 누가 차지했나. 더구나 고소득층의 중3 중에서 성적 상위권은 41.0% 뿐이고 59.0%는 중하위권이다. 고소득층의 일반계 고3의 경우에는 성적 상위권이 36.8%에 불과하고 63.2%가 중하위권으로 상위권 비율이 줄어든다.
가정환경이 학생의 학업성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어느 사회에서나 일반적 현상일 게다. 하지만 상급학교로 올라가고 사회에 진출해서는 개인의 동기와 노력이 핵심 요인이라는 점 역시 공통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매체는 이번 조사 결과가 우리 사회의 ‘학력 대물림’ 현상을 입증했고 교육이 ‘계층 재생산 수단’이라 했다. 청소년들이 비전을 가지도록 격려해야 할 사회적 기본 임무를 망각한 것이다.
마침 지난 7일에는 KBS의 ‘도전! 골든벨’에서 초등학교를 검정고시로 마친 파주 문산여고의 여학생이 골든벨을 울렸다. 청소년들은 ‘개천에서 용 난다’는 믿음에 열광했다. 그러나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부소장은 찬물을 끼얹었다. "가진자만이 성공한다는 상식을 뒤집은 비정상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관심을 가진다고 했다. 그 자신은 못가진자인가.
지금까지 248회 중에서 골든벨을 울린 학교는 43개교에 불과하다. 이 중 서울에 있는 학교는 8개교뿐이다.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가 주어지지만 결과는 불평등하기 마련이다. 아무나 골든벨의 주인공이 될 수는 없다. 우리 사회에서 누가 청소년들의 비전을 가로막는가.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결과의 평준화라는 허상만을 좇는 자들이 아니던가.
조영일 연세대 화학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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