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 대정부 질문이 저질 정치공세의 장으로 변질돼 여론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대정부 질문에서 여야간 정쟁은, 특히 이번 처럼 ‘4대 개혁입법’ 처리를 앞둔 시점에선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정도가 너무 심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치개혁의 주역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상당 수 초선 의원들이 정쟁의 선봉에 섬으로써 실망이 더했다.무엇보다 한심한 대목은 의원들의 막말이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비하와 인신 공격은 예사가 됐다. 지난 주 대정부 질문에서 "요즘 말로 하면 ‘무식하다’ ‘꼴통이다’는 말이 적합하다"(한나라당 최구식 의원)는 극언이 나온 데 이어 15일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도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은 "일자리 창출 원천이 중소기업인데 대통령은 중소기업이 해외로 나가도 좋다고 했다"며 "해외로 나가도 좋은 게 대통령이냐 중소기업이냐"고 비틀었다. 우리당 이목희 의원이 12일 헌법재판소에 대해 ‘사법 쿠데타’ ‘수구 헌재’라고 공격한 것도 대상은 다르지만 막말로 치면 챔피언 급이다.
또 김영선 의원은 이날 "이해찬 총리를 총리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이헌재 경제부총리를 총리권한대행으로 부르겠다"고 말해 실소를 자아냈다. 이 총리를 ‘무시’하기 위한 언사였지만, 의원의 권위를 스스로 깎아 내리는 코미디에 지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여기에 국회 의장단의 성급한 본회의 운영도 혼란을 더욱 부추겼다. 김원기 국회의장이나 김덕규 부의장이 야당 의원들이 정치공세를 한다고 해서 마이크를 꺼버린 것은 ‘정파적 회의 운영’이라는 비판을 샀다. 한나라당은 "김 의장과 김 부의장은 야당 의원 시절 대정부질문에서 정책질문만 했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의장단의 행태는 한나라당의 반발을 불러 이날 대정부 질문이 1시간 반 동안 지연시키는 또 다른 파행의 빌미가 됐다.
아울러 이 같은 구태의 전면에 선 초선 위원들의 자질 문제가 심각하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한 중진 의원은 "초선들이 여론의 눈길을 끌려고 위·아래 없이 튀는 언동을 하는 것 같다"며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대정부 질문 행태에 대한 자성론과 함께 아예 제도 자체를 없애버리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대정부 질문이 상임위 질문의 수준도 따라가지 못하고 정쟁의 장으로 변질돼 가고 있다"며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대정부 질문의 폐지를 논의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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