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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사이드/ 아난-부시 갈등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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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사이드/ 아난-부시 갈등 심화

입력
2004.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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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은 대 테러전의 방해꾼이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낙선을 누구 못지 않게 바랐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부시의 승리선언과 함께 그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가시화하기 시작했다.아난 총장은 2006년 초 임기가 끝난 뒤 미련 없이 퇴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많은 관측통들은 그가 임기를 채울 수 있을 지 의문을 갖고 있다. 아난을 향한 공세는 유엔의 부패상에 대한 미 의회의 조사라는 형식으로 가해지고 있다. 보수논객 윌리엄 사파이어는 14일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유엔이 정의를 가로막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안티 캠페인을 시작했다.

사실 미국의 눈으로 볼 때 아난 총장은 참을 수 있는 정도를 벗어났다. 이라크 전쟁을 계기로 미국의 일방주의를 노골적으로 비난해 부시에게 전면전을 선포한 게 아니냐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그는 9월에는 이라크전쟁을 유엔헌장에 부합하지 않는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수감자들에 대한 미군의 학대를 ‘법치주의의 실종’이라며 비난했다. 지난달에는 아예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죄를 심리할 이라크 재판관과 검사가 참가하는 훈련과정에 유엔 전범재판소 재판관들을 보내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그는 미국 대선 후에도 미국, 영국, 이라크 정부에 이라크 팔루자 공세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 부시 대통령을 자극했다.

미국 정부는 아난 총장의 자질론을 적극 부각시키며 복수를 하고 있다. 한 고위 관리는 "시에라 리온과 콩고에 수천명의 평화유지군 파견을 권고하면서 이라크에는 단 7명의 유엔요원만 두고 있다"며 그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존 댄포스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아난 총장이 지난해 발생한 유엔 고위직 관계자의 성희롱 사건을 방관했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위협적인 압력은 유엔이 사담 후세인 대통령 시절 운용했던 ‘이라크 석유-식량 교환프로그램’을 둘러싼 비리 조사다. 미 의회 조사단은 수개월째 아난 총장에게 관련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유엔의 책임 아래 이라크의 원유수출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그 수입금으로 식량 등을 구입할 수 있도록 허용한 조치로 7년 동안 650억 달러의 원유가 수출됐다.

미국은 이 과정에서 후세인 정권이 부패한 유엔관리의 묵인 하에 100억 달러 이상을 착복했다고 보고 있다. 아난 총장이 반미적인 행동을 보인 것도 이 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대립각을 세운 것이라는 게 미국의 시각이다.

아난 총장은 미국과 의도적으로 맞선 것은 아니라고 해명하면서도 단호한 태도를 굽히지는 않고 있다. 이 같은 아난의 노선을 놓고 그가 미국과, 이라크 전을 반대하는 다른 회원국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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