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영향력 확대로 각종 금융 기능이 위축될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은행의 집중도가 높아졌다는 근거는 전혀 없다." (금융연구원)
재계와 은행권을 대표하는 연구기관인 삼성경제연구소와 금융연구원이 최근 금융계 화두인 ‘은행권 쏠림 논쟁’의 대리전에 나섰다. 자의적 통계 활용 등 지나치게 각자의 이해 관계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5일 ‘금융산업 구조재편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금융산업의 은행 집중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다양하고 독립적인 금융 기능이 위축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이는 금융연구원이 이달 초 ‘금융동향 세미나’ 등을 통해 "은행 집중도 심화는 왜곡된 통계"라고 주장해 온 것과 정면 배치되는 주장이다.
양측은 각자 입맛에 맞는 통계를 사용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은행 집중도 심화를 설명하는 도구로 ‘수신 증가율’ 통계를 제시했다. 1999년말과 비교해 6월말 현재 은행권 수신은 95.6% 증가한 반면, 보험과 증권 등 비은행권 수신 증가율은 3.9%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금융연구원은 ‘자산 증가율’ 통계를 근거로 은행의 성장세가 오히려 2금융권보다 완만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은행의 경우 고유계정과 신탁계정을 합쳐 96년말과 비교해 금융 자산이 65%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보험권 132% ▦증권·투신사 88% ▦지역금융기관 78%의 성장세를 보였다는 주장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단지 은행의 대형화를 입증하기 위해 ‘금융기관 당 평균 자산 규모 증가율’만을 통계치로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외환 위기 이후 수신이 급격히 감소한 은행 신탁계정을 금융연구원 통계는 포함하고 있는 반면, 삼성경제연구소는 제외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 은행권 비중이 일시 감소했던 97~98년을 변수로 활용해 삼성경제연구소는 99년을, 금융연구원은 96년을 비교 시점으로 삼고 있는 것도 자의적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삼성생명 삼성증권 등 2금융기관을 자회사로 둔 삼성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삼성경제연구소와 은행에서 분담금을 받는 금융연구원의 처지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며 "2단계 방카슈랑스 시행 등을 앞두고 두 업권의 대결 구도가 연구소를 통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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