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A. H. 마즈로 박사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단계별로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사람이 추구하는 욕구에는 우선순위별로 생리 욕구→안전 욕구→소속감에 대한 욕구→인정받으려는 욕구→자기실현의 욕구 등의 5단계가 있다. 생명유지에 가장 기초적인 식욕 성욕 수면욕 등의 생리 욕구가 충족되면 다음 단계로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안전 욕구를 추구하게 되고 그 다음에는 소속감, 인정 욕구 충족을 거쳐 자기실현이라는 인간 최고의 경지를 추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마즈로 박사의 5단계 욕구 중 네 번째 단계인 인정받으려는 욕구는 요즘 우리 사회의 심리적 현상에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일개인에서 집단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인정받으려고 아우성이고 인정받지 못함으로써 입은 상처로 몸부림치는 사례가 너무 흔하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자녀가 부모로부터, 부부가 상대방에게서 인정받지 못하면 깊은 상처를 입는다. 직장인이 자신이 속한 조직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했을 때 삶의 터전에서 밀려날 수도 있다는 위기감으로 강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 요즘의 정치 난장판도 정치적으로 상대방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했거나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으려 해서 생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태생적 비주류인 노무현 대통령은 사회주류로부터의 인정욕구가 충족되지 않자 아예 주류-비주류의 판을 바꾸려는 것은 아닌지. 정치판을 소란케 한 이해찬 총리의 한나라당 폄하 발언도 그들로부터 인정 받지 못한 데서 비롯된 불만이다. 그의 발언으로 인정욕구에 상처를 입은 한나라당이 이제는 이 총리를 총리로 인정하지 않겠다며 국회 본회의장에서 나오라 들어가라 모욕을 주는 악순환을 되풀이 하고 있다.
■ 개인과 집단들이 그다지 비용이 들지도 않는데도 상대방을 인정하는 데 왜 그리 인색한지 모르겠다. 상대방을 조금만 더 배려하면 그들이 바라는 것이 눈에 보이고 그 바람을 충족시켜주면 상대방으로부터 자신이 인정받는 보상이 돌아와 평화와 상생이 가능하게 되지 않을까.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상생을 놓고 말싸움만 벌이는 정치권이 하도 한심해서 생소한 마즈로 박사의 욕구단계설을 떠올려 봤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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