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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태극기…’ 통해 한국戰 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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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태극기…’ 통해 한국戰 실감

입력
2004.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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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블록버스터 영화, 특히 한국영화가 DVD로 나오기를 고대한다. DVD나 비디오로 출시되면 값 비싼 영화관에 가지 않아도 되고 집에서 편안히 리모콘으로 화면 진행을 조절하면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최근에는 ‘태극기 휘날리며’를 봤다. 한국은 물론, 외국에서도 상을 타고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안다. 그런데 솔직히 미국인으로서 한국전쟁은 그에 관한 지식이나 인지도 측면에서 근래에 발생한 여러 전쟁 가운데 가장 낮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대다수 미국인들은 걸프전에서부터 베트남전이나 1차 세계대전에 대해 훨씬 잘 안다. 한국전에 관한 것은 1970년대 텔레비전의 유명한 연속극 ‘매쉬’나 할리우드에서 간간이 거론되는 묘사를 통해 인상지워졌을 뿐이다.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징집 대상이었던 18세부터 30세 사이의 젊은이들이 길거리에서 군인들에게 강제로 끌려가는 장면이었다. 등장인물 ‘진석(원빈)’이 군용열차에 끌려 올라가자 동생을 찾기 위해 열차에 뛰어든 ‘진태(장동건)’ 역시 함께 징집된다. 많은 젊은이들이 가족이나 친구에게 작별인사를 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닥치는 대로 전장에 나간 것으로 묘사된다. 또한 이념의 차이에서 비롯된 잔혹한 이미지와 이산가족의 아픔이 영상을 가득 메운다. 그 시대 한국인들이 겪은 용감하고 진한 인간애와 전쟁의 아픔을 생생하게 공감할 수 있었다.

영화 도중 맥아더 장군이 인천상륙작전을 성공했다는 소식에 많은 군인들이 환호하는 장면도 생각난다. 한국인들은 미군들의 도착을 열렬히 환영했다. 한국과 미국의 끈끈한 동맹관계가 얼마나 오랜 세월 거친 시대를 극복하며 이뤄온 것인지 실감했다.

이 영화의 상업적 대성공을 떠나 개인적으로 건진 성과는 미국인으로서 한국인을 진심으로 이해하게 됐다는 점이다. 전쟁과 휴전을 보내며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치열하게 싸워온 강인한 한국인 상이 민감하고 절실하게 느껴진다.

나는 미국에 있는 친구한테서도 이 영화를 감명 깊게 봤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런 문화적 수출을 통해 많은 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고 그 친구는 말했다. 이런 트렌드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그렇게 되면 결국 세계인들은 정열적인 한국인들이 모든 분야에서 자신들의 의지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마가렛 키 미국인 홍보대행사 에델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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