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방문 중 북한 핵 문제는 6자회담을 통해 평화적인 방법으로 조속히 해결돼야 하며 대북 봉쇄나 체제붕괴, 무력행사 등을 통한 해결책을 모색해서는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20일 칠레에서 개막되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기간 중 최근 재선에 성공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북핵 해결 방안을 조율하기 앞서 노 대통령이 이같이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나선 데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을 것으로 본다.어떤 이유로든 한반도에서 민족의 존망이 걸린 전쟁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되며 평화적으로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 측면에서 노 대통령이 대북 강경책을 선도하는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도 참석한 미 외교정책단체 초청 오찬 연설에서 평화적 북핵 해결을 직접 역설한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하지만 북한 핵 문제는 국제적 현안이라는 점에서 관련국들과의 긴밀한 조율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의 재선으로 기세가 오른 미 행정부내 강경파를 설득,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 개방의 길로 걸어 나올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치밀하고 정교한 협상전략이 필요하다. 미 정부 내 상당수 인사들은 북한의 핵 폐기를 이끌어 내는 데는 당근 이상으로 채찍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노 대통령의 주장은 채찍은 버리고 당근만 갖고 북한을 유인하자는 얘기로만 비칠 수도 있다.
부시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북한 핵 문제를 포함한 한미 현안에 대한 의견 조율 및 한미동맹 재조정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라 있는 상황에서 성급하게 미국 강경파를 설득하려고 나서는 것은 역효과를 부를 수도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노 대통령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은 자기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라는 북한의 주장에 이해를 표시한 것도 국제사회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북한에도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치 못했음을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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